목숨 건 특종, 진실을 말한다

EBS '특종비사' 방송

3·15, 김주열, 그리고 목숨을 걸고 찍은 기자의 사진 한장….

세상을 바꾼 한 줄의 기사와 한 컷의 사진을 중심으로 역사의 발자취를 재조명하는 한 다큐멘터리가 화제를 뿌리고 있다.

EBS가 봄개편을 맞아 지난 3일 첫 선을 보인 ‘특종비사’(화요일 오후 8시30분)는 한국 언론사에서 큰 관심을 불러모았던 특종보도와 취재기자를 중심으로 보도 과정, 뒷 이야기, 당시 사회상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총 21편이 방송될 예정이지만 “호응이 좋으면 연장할 수도 있다”는 게 제작진의 귀뜸이다.

지금까지 모두 세편의 방송을 내보낸 ‘특종비사’는 50년대 후반부터 연대순으로 시간을 쫓으면서 암울했던 자유당 정권 시절, 빛을 발한 특종 보도를 되새기고 있다. 3일 첫 방송된 ‘가짜 이강석 사건’은 57년 8월 26일 당시 대구매일 김시열 기자가 이승만의 양아들 이강석을 흉내낸 가짜 이강석의 사기행각을 특종 보도한 과정을 다뤘다. 입사 10개월도 안된 ‘올챙이’ 기자가 대구지검 한 부장검사의 넋두리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을 발휘, 권력에 아첨하는 부패상을 고발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10일 방송된 ‘김주열 그리고 사진 한 장’은 60년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와 관련, 실종 28일만에 발견된 김주열 군의 처참한 시신을 카메라에 담은 당시 부산일보 허종 마산주재 기자의 증언을 통해 사진 뒤에 숨겨진 진실을 담았다. 17일 방송된 ‘4·18 고대생 피습사건’은 같은 해 4월 19일 조선일보 사회면 톱을 장식한, 당시 조선일보 정범태 사진부 기자가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 한 장의 의미를 조명했다. 고려대생들이 자유당 정권의 사주를 받은 정치깡패들에게 무참히 짓밟힌 참혹한 현장은 한 용기있는 기자의 사진으로 폭로됐고 이것은 4·19의 기폭제가 됐다.

EBS 김유열 편성기획팀장은 “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접근과 함께 위험과 고통을 무릎쓰고 진실을 밝혀낸 기자 정신을 동시에 조명하고자 했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오는 24일 방송에선 60년 5월 몰래 망명길에 오르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취재한 당시 경향신문 윤양중 기자를 만날 수 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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