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등 해외 통신사 잇단 평양행, 한국은?

정부, 남북언론 교류 불허…2년째 만나지도 못해


   
 
  ▲ 김병호 북한 조선중앙통신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AP통신을 방문, 톰 컬리 AP통신 대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뉴시스)  
 
“북한 뉴스가 왜곡돼 전파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에 와서 직접 보고 제대로 쓰라는 메시지다.” 2006~2007년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정일용 연합뉴스 국제에디터는 최근 기자와 만나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AP·로이터 통신과 잇달아 협력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정 에디터는 “해외 언론은 북한과 교류 확대에 나서는데 우리는 꽉 막혔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남북 간 언론교류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영향으로 2008년 이후 사실상 중단 상태다.

현재 평양에는 중국의 신화통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이 상설 지국을 두고 있다. AP 통신의 영상부문 계열사인 APTN과 일본 교도통신도 지국을 두고 있지만 북한 현지인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국 기자들이 체류하며 취재활동을 하는 중국·러시아 통신사와 성격이 다르다.

이런 가운데 미국 AP와 영국 로이터가 평양 취재 경쟁에 가세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1일 북한의 뉴스 영상을 세계 각지 언론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텍스트 기사와 사진에 더해 영상까지 교류를 확대하기로 조선중앙통신과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로이터는 “국제 통신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에 24시간 운용하는 위성 안테나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로이터의 고객들은 평양 등 북한에서 나오는 최신 비디오 영상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AP통신은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과 서방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에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들이 상주하며 취재활동을 하는 평양 종합 지국 개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통신사는 이른 시일 내 AP통신이 평양 종합 지국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방 언론들이 북한과 교류를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남북 언론교류는 단절됐다. 2005년 6월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기념 평양 통일대축전에서 남측언론본부 대표단이 북측 언론인들과 만난 것을 시작으로 매년 2~3차례 대표자회의 등 남북 언론인 만남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피격사건,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언론 교류는 중단됐다. 2009년 7월 중국 선양에서 남측언론본부가 6·15북측언론분과위와 만나 실무회담을 가진 이후 2년째 교착상태이다.

교류는커녕 남북 언론인 접촉 자체가 막혀 있다. 북측언론분과위는 지난해 2월과 11월, 올해 2월 남측언론본부에 실무접촉을 제안했지만 통일부는 접촉승인을 불허했다. 남측언론본부가 신청한 북측과 기사교류도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 공공의 복리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했다.

고승우 6·15남측언론본부 정책위의장은 “대만에 상주하며 취재를 하는 중국 언론의 사례에서 보듯 체제가 다른 언론이라도 상호 교류가 가능하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언론 교류가 중단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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