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씨, MBC를 떠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8.02 17:19:58
막장 드라마보다 더 갈 데까지 갔고, 삼류 코미디보다 더 수준 이하다. MBC 김재철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국민들 앞에서 ‘쇼’를 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닷새간 펼친 쇼를 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달 29일 대주주인 방문진에 ‘느닷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직원들은 그 이유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홍보팀 쪽에선 부랴부랴 “김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지역 MBC 통폐합이 난관에 부딪히자 사의 표명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며 “오늘(29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마산(창원) MBC 사장과 진주MBC 사장을 겸임발령하며 의욕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에 이어 7월2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은 방통위를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 조치라는 분석이 따랐다.
그러나 지역MBC 통합은 과거 최문순 사장 시절에도 추진됐던 사안이고,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올 만큼 명운을 건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 사장의 행동은 다소 엉뚱해 보였다. 이 때문에 오히려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고향인 경남 사천을 수시로 방문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방문진이 사표를 수리하면 내년 총선에 대비하고, 사표를 반려하면 방통위를 압박하며 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쨌든 김 사장은 공영방송 MBC 사장 자리를 놓고 사표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꼴이 됐다.
방문진의 행동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임원급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게 원칙이다.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오자 여당 추천 이사 5명은 사장 재선임 절차를 밟는 형식으로 김 사장을 재신임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번에도 수의 우위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재신임 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김 사장이나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나 “사장을 그만 둘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사퇴할 의사가 없는데도 사표를 던진 김 사장의 무책임한 행동이나, 김 사장을 무조건 두둔하고 옹호하는 여당 추천 이사들 모두 처신이 부적절했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다가 엄마가 어르고 달래니 뚝하고 그친 모양새와 똑같다.
우리는 애초 김 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청와대 쪼인트 사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달고 사장에 취임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노골적인 정권 편향적 태도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공영방송 MBC를 지키려는 많은 구성원들의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번 일로 김 사장은 다시 한 번 공영방송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명성에 먹칠을 했다. 이제 김 사장의 막장 드라마와 삼류 코미디를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김 사장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더 이상 시청자와 MBC 구성원들을 우롱하지 말고 MBC를 떠나라. 아울러 감독 기구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킨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도 사퇴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