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사람'의 도시를 꿈꾼다
'도시재생…' 8권 완역 나선 광주일보 윤현석 기자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11.08.03 14: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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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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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책 한 권이 완역 작업의 시작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광주일보 윤현석 기자는 2004년 초 한 선배가 권한 책을 읽었다. 1백년 전통의 출판사 일본 이와나미 서점에서 펴낸 ‘도시경제와 산업살리기’였다.
“첫 느낌이 참 좋았어요. 대학원에서 도시계획 분야를 공부하고 있었고, 관련 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터라 내용이 와 닿더군요. 이 책을 완역한다면 도시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는 그렇게 ‘도시재생을 생각한다’ 시리즈 8권 완역에 도전했다. 2009년 ‘도시경제와 산업 살리기’에 이어 지난 6월 ‘도시의 개성과 시민생활’을 선보였다. 연말쯤 ‘도시 어메니티(쾌적성)와 에콜로지’를 낼 예정이다.
‘도시재생을 생각한다’는 일본의 도시 분야 관련 학자 64명이 8개의 대주제로 쓴 글을 엮은 8권 시리즈다. 이와나미 서점이 지난 2004년부터 2년여에 걸쳐 출간했다. 1권 ‘도시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8권 ‘세계화 시대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모습과 도시민의 삶, 도시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와 원인 분석, 대책을 서술하고 있다.
2007년부터 완역에 매달려 4년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연작 5권은 초벌 번역이 완료돼 전남대 조동범 교수(조경학과)와 노경수 광주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가 감수 중이다. 두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역주를 추가하거나 원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을 한다. 여기에 일본인 효도 유리카 동강대 교수가 힘을 보태고 있다.
“주말과 휴일 대부분을 학교에서 지냈습니다.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죠. 그래도 즐겁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민의 한 사람으로 좀 더 나은 도시를 꿈꾸는 것은 매력적이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오랜 기간 하루 몇 시간씩 투자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윤 기자는 도시계획 전문기자를 꿈꾼다. 2002년 도쿄자치연구센터에서 1년간 객원연구원으로 지냈고, 잠시 언론계를 떠나 2년 정도 공간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전남대 지역개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1995년 신문사에 들어온 뒤 경찰서, 구청 등을 출입하면서 주로 도시 병리현상을 다뤘어요. 피상적인 부분만 나열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됐죠. 90년대 말 각 매체에서 전문기자 붐이 일었는데 그때 도시계획 전문기자를 목표로 세웠지요. IMF경제위기가 몰고 온 구조조정 여파에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책을 번역하면서 도시, 또는 도시 재생에 대해 느낀 점을 물었더니 “도시가 부동산 투기의 장이 돼서는 안 되고, 걷는 사람 없이 자동차만 다니는 회색도시가 돼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도시재생이라는 명목 하에 재개발, 재건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결과가 어떻습니까. 수십 층에 이르는 고층아파트, 쫓겨나는 원주민, 우리를 찾아볼 수 없이 나만이 존재하는 삭막한 환경…. 도시 주거문제를 민간 영역에 맡겨선 안됩니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시 전체를 보면서 주민들이 정착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