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와 진실보도에 정진하자!

기자협회 창립 47주년 기념사


   
 
  ▲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  
 
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17일 오늘은 우리 기자들의 생일일입니다. 1964년 오늘 한국기자협회가 창립됐으니 나이가 벌써 만 마흔 일곱이 됐습니다. 47년 전 기자 선배들은 비민주적인 언론악법에 맞서 기자협회를 창립했습니다. 당시 선배들이 무더운 한여름에 기자협회를 만든 것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직능 단체처럼 회원들의 권익옹호와 친목만을 위해 기자협회를 창립하려 했다면 삼복더위는 피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자협회가 마흔 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동안 우리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47년 전 기자 선배들은 원고지에 펜으로 기사를 썼지만 지금 우리들은 현장에서 노트북에 기사를 써 초고속통신망으로 송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안 될 경우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송고하기도 합니다. 기자를 둘러싼 환경은 이처럼 급변했지만 기자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47년 전과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진실보도와 언론자유는 기자협회를 창립할 때나 지금이나 우리 기자들이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진실보도와 언론자유는 한국기자협회 회원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자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 생각합니다. 진실보도와 언론자유를 외면하고 어떻게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진실보도와 언론자유를 외면한다면 누가 우리 기자를 사회의 파수꾼이라 생각하겠습니까?

진실은 기자의 이익과 언론사의 이익은 물론 국가의 이익보다 앞섭니다. 그러나 오늘 일부 기자들은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이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도청의혹사건과 관련해 KBS 사측과 일부 기자들은 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해 8천명 기자협회 회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창립 47주년을 맞아 기자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자협회 회원 60.6%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KBS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경찰조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응답한 기자는 34.8%였습니다.

KBS는 도청 의혹사건과 관련해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KBS가 경찰조사를 핑계로 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한다면 그동안 KBS가 쌓은 신뢰도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언론계와 기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또한 크게 훼손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47년 전 만든 한국기자협회 강령의 핵심은 “우리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어떠한 압제에도 싸운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권력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언론자유를 억압하려고 합니다. 기자협회가 창립할 때 독재 권력은 언론악법을 만들어 언론인을 길들이려고 시도했습니다. 21세기 권력도 당근과 채찍을 써가며 언론인을 길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언론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기자를 박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언론 자유가 없으면 우리 모두의 자유와 생명, 그리고 인권과 환경 등 소중한 모든 가치들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개 회원사로 시작한 기자협회에 지금은 1백60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습니다. 또 언론사의 자사이기주의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기자도 월급쟁이라 회사의 이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료 회원 여러분! 기자가 되고자 할 때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부탁드립니다. 사사로운 회사의 이익에 앞서 진실보도와 언론자유를 위해 더욱 정진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국기자협회 회장 우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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