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 8월 국회 처리 어려울 듯

민주, 오락가락·한나라, 시간 끌기…정기국회서 본격 논의 전망


   
 
  ▲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자리에 8월 임시국회에서의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손팻말이 붙어 있다. (뉴시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는 등 미디어렙법 8월 임시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회기 내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물리적으로 처리하기가 쉽지않다는 분석이 많다. 8월 임시국회 일정은 31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여야는 내달 1일로 정기국회 개회 날짜까지 합의해 놓았다. 아직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도 열리지 않아 문방위 전체회의, 법사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국회에 7개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어 이견을 좁히기에도 일주일 남짓은 태부족인 실정이다. 민주당은 1개의 공영렙이 KBS, MBC, EBS 광고 판매를 맡고 종편과 SBS 등은 1개의 민영렙이 맡는다는 당론을 결정했지만 한나라당은 아직 당론으로 정리된 게 없는 형편이다. 종편은 렙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있을 뿐이다. 큰 쟁점인 종편의 직접 영업 외에도 민영렙 개수, MBC의 거취, 렙의 지분 구조, 중소방송에 대한 보호 대책 등 논의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도 도마에 오른다. 한나라당에 처리를 미룰 핑곗거리를 마련해줬다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논의를 통해 8월 임시국회에서는 결산 심사에 집중한다고 합의해줬다. 일부에서는 미디어렙은 빨리 합의하기 어려우니 ‘중소방송지원법’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후 시민단체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질책이 이어지자 뒤늦게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한나라당도 종편의 요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시간을 끌수록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간 줄다리기 속에서 한나라당도 ‘방송 광고판매제도 무법상태’를 방치할 수 없으며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점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개국 예정일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종편 입장에서도 다음 달에는 실질적인 광고 영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SBS도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가 이미 때는 놓쳤지만 처리를 언제까지 미룰 수만 없는 상황이다.

전재희 문방위원장도 22일 전체회의에서 “8월 국회에서는 논의만 무성할 뿐 결론을 내기 힘들다”며 “9월 정기국회 이후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해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기국회 처리 의사를 재확인했다.

언론노조는 임시국회 본회의 날까지 총파업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나 방송, 신문제작 차질을 부를 정도의 고강도 전면 파업을 벌일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는 8월에는 야당을 압박하는 한편 종편 광고 직접영업을 반대하는 여론을 확산시켜 전열을 가다듬고, 9월 국회의 진행에 따라 ‘방송 중단’ 상황까지 감수하는 실질적인 총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디어렙법 8월 국회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9월 정기국회가 미디어렙 향방의 사활을 건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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