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곤충의 이름은?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엄민용의 우리말글 산책]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9.01 17: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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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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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문득 생각나는 곤충이 하나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 내내 신나게 놀다가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개미에게 구걸한다는 불쌍한 ‘놈’ 말입니다.
그놈은 이솝우화에서 게으름의 대명사로 그려집니다. 그 때문인지 그놈의 이름을 ‘배짱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가 나왔다’는 표현을 ‘게으르다’의 동의어쯤으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 탓이지요.
그러나 ‘그놈’을 게으른 곤충으로 여기는 것은 서양의 사고입니다. 우리 조상은 그놈을 무척 부지런한 곤충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베짱이’라고 지었습니다. ‘스윽 잭, 스윽 잭’ 하는 듯한 그놈의 울음소리가 마치 베를 짜는 듯한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죠.
우리 조상은 ‘베를 짜면서도 노래까지 부르는 신통방통한 녀석’으로 생각했는데, 서양에서는 게으름을 피우다 개미에게 신세나 지는 놈으로 여겼으니, 사람의 생각은 참 가지가지입니다.
아무튼 ‘개미와 ○○○’의 ○○○에 들어갈 곤충 이름은 ‘배짱이’가 아니라 ‘베짱이’입니다.
‘베짱이’를 ‘배짱이’로 잘못 쓰듯이, 모음 ‘ㅔ’로 써야 할 말을 ‘ㅐ’로 잘못 쓰는 말에는 ‘굼뱅이’도 있습니다. ‘배뱅이’나 ‘장돌뱅이’ 따위처럼 우리말에 ‘-뱅이’가 들어가는 말이 많아 “매미의 애벌레”도 ‘굼뱅이’라고 부르는 듯한데요. 별다른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하는 그놈의 바른 이름은 ‘굼벵이’입니다.
또 “돌덩이보다 작고 자갈보다 큰 돌”을 일컬어 ‘돌맹이’라고 쓰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 말 역시 ‘돌멩이’라고 해야 합니다. 정말 자주 쓰고 흔한 말이지만 많이들 틀리는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