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적의 책꽂이' 꿈을 선물하다
SNS 홍보만으로 책 3만3천권 모아…포이동 재건마을 등에 기부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1.09.07 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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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 ‘기적의 책꽂이’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I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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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의 책 기부 캠페인 ‘기적의 책꽂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만으로 약 3만3천 권의 책을 모으는 성과를 이뤄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제2백호 기념 프로젝트로 기획된 ‘기적의 책꽂이’는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고 기자는 올해 초 “집에서 보지 않는 책을 모아 책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하자”는 글을 트위터에 띄웠다. 12만 명에 달하는 고 기자의 팔로워들은 그의 의견에 공감했고, 책 기부와 관련한 많은 아이디어를 그에게 쏟아냈다.
이후 4곳의 책 정거장(서울밝은세상안과·트래블메이트·카페바인·시사IN)이 구축됐다. 지난 6월 27일부터 3일까지 68일 동안 약 3만3천 권의 책이 쌓였다. 착불로 책을 받은 서울밝은세상안과에는 2만9천 권의 책이 확보됐다. 택배비 전액을 병원에서 부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밝은세상안과 기획홍보팀 오현종 씨는 “병원이 나눔과 열린병원이라는 경영이념으로 행동하는 병원이 되고자 고민하던 가운데 시사IN의 공익캠페인 제안을 받아 병원이 책 정거장으로 동참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동참해 ‘기적의 책꽂이’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을 모아서 분류하고 배송하는 것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힘이었다. 2백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분류했다. 차량은 소형차에서부터 트럭까지 50여 대가 동원됐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 재건마을의 인연공부방,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자녀들을 돌보는 와락, 강원도 양구군 배꼽산촌유학 체험센터 등 23곳으로 책이 배달됐다.
기부를 받는 입장도 고려했다. 기부가 공급자의 일방적인 기부가 될 때 받는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아이들에게는 밝은세상안과에 와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는 수요자 마인드로 접근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책장구매를 위해 1천만 원을 기부했다. “책장이 없는 곳에 책만 덩그러니 놓을 수 없다”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포이동 인연공부방(1천54권 기부)을 운영하는 신지혜씨(평화캠프 코디네이터)는 “포이동 화재로 아이들 집이 불에 타 자기 집에 있던 책을 많이 골랐다”면서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좋은 책을 많이 고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TV나 컴퓨터로 놀 수 없어 책을 많이 보게 된 것도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기적의 책꽂이’가 만들어 낸 건 이뿐만이 아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자원봉사자들이 지치지 않았던 것은 ‘기부에 대한 기부 모형’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공연·콘서트·영화·시사회 티켓을 자원봉사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끔 하는 등 충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통큰 기부자들의 기부도 한몫했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이 자신의 책에 직접 사인을 해서 수백권을 보내기도 했다. 5백권을 넘는 책을 보낸 기부자와 고가의 피아노를 보낸 기부자도 있었다.
‘기적의 책꽂이’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시즌2를 진행한다. 시즌1에 비해 책 장르를 세분화하고, 기부 수혜층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