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징계의 칼춤을 멈춰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MBC PD수첩이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했으며, 보도 내용이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명예훼손 혐의 등을 이유로 검찰에 기소한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문 가운데 일부다.

대법원은 3년4개월을 끌어온 MBC PD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이 제기한 제작진의 ‘의도성’에 대해 관련 없음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을 이끈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국민의 알권리 앞에 언론의 자유로운 기능을 제약하고 이념적 갈등구조로 몰고 간 일부 보수언론과 관련 인사의 무책임한 처사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이후 MBC 경영진의 대처는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 직후 MBC 9시 뉴스에서는 이 같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에 승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공익적 보도를 하는 과정 중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달랐다는 점을 부각시켜 3꼭지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대법원이 PD수첩 보도의 정당성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공적 영역을 인정해줬음에도 불구하고 MBC 경영진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과성 보도는 상식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처사다.

특히 재판부가 한국인은 광우병 발병 위험이 크다고 보도한 부분은 허위여서 정정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정부 협상단의 태도와 미국 인간 광우병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은 의견 표명에 불과해 정정 보도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인정했지 않은가?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에 맞대응해도 시원찮을 판에 법원이 인정한 사실마저 무시하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공영방송사 경영진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분노했다.

더구나 이번 주에 진행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MBC경영진의 인사위원회는 상식을 뛰어넘는 비이성적 태도다.

진실을 알리고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앞장선 언론인들에게 상은 고사하고 명예훼손으로 징계를 하겠다고 칼을 휘두르는 경영진의 행동은 그 어떤 상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 상식을 3년여 동안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 자체도 언론의 자유를 후퇴시킨 것도 문제지만 법원의 상식적 판결에 대해 스스로 다른 판단과 다른 조치를 취하는 MBC 경영진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으로서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

MBC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불편한 진실 앞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현 정부에 스스로 면죄부를 선물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MBC 경영진은 국민과 PD수첩 제작진 앞에 사과하고 징계의 ‘칼춤’을 멈춰야 한다. 그것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존재 가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고, 언론의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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