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회
제25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9.21 15: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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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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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869호 표지이야기 ‘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회, 공익신고 36건 전수조사-신고자 20명 해직 비리혐의자 유죄 12건뿐’ 기획은 ‘다르게 보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불의에 주저하지 않았던 내부고발자들에게 힘입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단신을 읽었습니다. 내부고발 문제를 다뤄왔던 기존 기획기사도 읽었습니다.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이후 고생담’에 취재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습니다.
문득 자문했습니다.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대표적 내부고발 사건들의 이후 조사, 수사, 판결 결과는 무엇인가. 내부고발자가 고생하는 건 모두 안다. 그렇다면 당시 내부고발의 대상이 된 비리 혐의자와 책임자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법 통과 당시 대다수 언론이 단신으로 다룬 데 그친 점도 취재 착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부고발 사건의 총체적 조망을 위해 전수조사 방식을 택했습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과 참여연대가 1990년 이후 대표적 공익신고사건으로 꼽은 사건 리스트를 바탕으로 36건의 중요 공익신고 사건을 추렸습니다. 각 사건마다 내부고발사건 처리 결과-비리 혐의자 근황-내부고발자 근황 등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팩트 확인의 엄밀함을 위해 15개 국가기관에 모두 19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로 보고 내러티브 저널리즘 서술을 시도한 ‘해인원 내부고발 사건’의 경우 취재를 위해 두 차례 경기도 광주시 현장을 찾고 법원, 검찰, 경찰, 비리 혐의자, 지자체 등 모든 관련자를 접촉했습니다. 내부고발자가 ‘정의의 화신’이 아니라 고민하고 주저하는 합리적 이성과 양심을 가진 보통 사람임을 보여주기 위해 문서(정보공개 및 판결)-대면 취재-현장 취재를 망라했습니다.
결과는 역시 충격이었습니다. 유죄 판결, 행정처분을 이끌어낸 사례는 적었고, 그 때문에 비리 혐의자·책임자들은 사건 이후 사회적 성공에 장애를 겪지 않았습니다.
기획에 대한 노력이 상으로 보상받아 기분 좋습니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립니다. 김훈 선생은 한때 “기자는 염탐꾼”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염탐꾼은 상을 받지만 17년 전 복지법인 해인원을 내부고발하고 감옥에 갔던 정광용씨는 어떤 단체와 기관도 근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분이 명예를 회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