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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 ||
“하루는 다섯 놈이 모여/십년 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날이 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이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 근을 걸어놓고/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자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여기서 김지하가 말하는 오적은 다섯 마리의 큰 도둑을 의미한다. ‘재벌’ ‘국회의원’ ‘장차관’ ‘고급공무원’ ‘장성’이 그들이다. 김지하는 옥편에서도 찾기 어려운 한자로 이들 동물을 표현했다. 한자에는 개 구(狗)자가 들어 있다. 김지하가 그린 그림에는 ‘오적’이 모두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특보 출신들을 포함시킨다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까. 언론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개 같은’ 일을 저질러온 일부 사이비 기자들의 모습은 아마도 개 보다 못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현실 인식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잇단 측근비리에도 불구하고 MB정부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규정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측근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메신저들의 비리가 터져 나온 때에 이러한 말을 전한 박 대변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얼굴이 화끈거리지는 않았을까.
차라리 “올 것이 왔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더욱 적합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 추석때 ‘안철수 현상’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불신을 자초한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한 변화요구가 안 교수를 통해서 나온 것이라면서 “스마트 시대가 왔고 국민은 앞서 가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말은 측근 비리를 예방하지 못하고 정권 말기에 레임덕을 자초한 ‘대통령의 탄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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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원대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대질 신문을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 ||
비리의혹에 휩쓸린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홍상표 전 홍보수석 등은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MB의 남자들’이다. 여기에 이동관 언론특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들의 비리의혹을 다시 열거할 필요는 없다. 다만 김두우 전 수석은 수뢰혐의로 구속됐고, 신재민 전 차관 역시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누고 있다. 아직 이동관 특보에 대한 비리가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들은 언론계에 몸담고 있던 시절부터 이른바 이들은 ‘잘 나가는 언론인들’로 로비스트 스폰서들의 집중적 공략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석현의원은 지난 6월 2일 “부산저축은행 퇴출 방지를 위해 로비한 박태규씨가 언론사 정치부장, 보도국장, 편집국장 등과 교류하면서 여기에 실세 정치인을 끼워 골프를 즐겼다”며 “그 중 하나가 김두우 실장이며 박 씨가 이동관 언론특보와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도 언론인 시절부터 잘 안다고 하는데 검찰은 두 사람을 조사했는가”라고 추궁한 바 있다. 이석현의원의 폭로는 그대로 맞아 들어가고 있다.
개인 영달 넘어 언론 탄압 앞장선 그들
문제는 이들이 권력을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의 개인비리는 법에 따라 심판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들은 권력을 남용해 사익을 취하는 외에도 언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비리가 언론계 전체로 비화돼 언론의 신뢰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들의 가장 커다란 범죄는 언론인 출신으로서 언론탄압에 앞장섰다는 점이다. 이른바 ‘이언제언(以言制言)’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MB의 언론참모였던 신재민, 김두우, 홍상표씨가 모두 기자출신이란 사실에 국민들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신재민, 김두우, 홍상표씨는 제4부의 권한을 악용해 ‘정권의 나팔수’가 된 뒤 한 달에 수천만원~수억원씩 냄새나는 돈을 받아가며 언론탄압에 앞장선 혐의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워 언론과의 우호적 관계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에 우호적 매체에는 온갖 특혜를 쥐어주면서 비판적 매체에는 탄압을 가했다. 특히 언론사와 언론단체 수장들에 ‘낙하산 특보’들을 앉혀 언론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온갖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자신들의 비리가 들통나지 않게 하려면 껄끄러운 사람들은 도려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협조했던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비리를 감싸고 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하의 표현대로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MB정부의 언론장악은 신재민 전 차관의 행태에서 잘 드러난다. 신재민은 2008년 3월 문화관광부 1차관으로 권부에 입성하자마자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해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 가능하다”는 망발이 담긴 교육자료집을 배포했다. 그는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정연주 KBS 사장 축출에 앞장섰다. 또 MB가 “(왼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가운데 갖다 놓으라”고 했다고 전해 언론장악 의도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MB정부의 언론장악은 대선 당시 ‘6인회의’ 멤버로 MB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서막을 열었다.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최 위원장은 KBS 정연주 사장 사퇴를 압박한 데 이어 YTN 사장에 구본홍씨를 앉히는 데 간여했다. 뿐만 아니라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사에 종합편성채널이라는 특혜를 안겨줬다. 이른바 ‘조중동 방송’이 그것이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미디어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려 하고 있다.
MB언론특보들은 언론역사 기록될 것
이처럼 MB의 언론특보들은 앞장서 언론장악에 앞장섰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은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특히 공영방송사 사장들은 친MB인사들로 채워져 이미 정권홍보의 첨병역할을 맡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쫓아내거나 징계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은 분명히 국회 청문회에서 실상이 낱낱이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학살극은 전두환 정권이 무너진 뒤 청문회에서 전모를 드러냈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언론특보들도 국회 청문회에 서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할 날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언론인으로서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일일까.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언론특보들의 비리의혹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 많은 폴리널리스트 공직자들의 비리가 드러날 것이라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권력화한 일부 언론인들이 자초한 일이다. 대다수 언론인들은 이들이 쏟아 놓은 구정물을 뒤짚어 쓰게 됐다. 기자협회의 지적대로 비리에 얽힌 MB의 언론참모였던 이들이 모두 기자출신이란 사실에 국민 앞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감시하라고 기자들에게 주어진 소명을 권력을 옹호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악용한 MB 언론특보들의 행태는 언론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이로 하여금 이러한 언론인들이 다시는 태어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