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 잊었나, 또 둥지튼 불법시설
제25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0.19 15: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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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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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지나치지 마라.” 지난 8월 중순께 지인으로부터 화성시의 한 오토캠핑장을 소개받았다. 서해안 궁평낙조의 수려한 풍경과 인근의 먹거리촌까지 갖가지 설명을 듣던 중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2년 전 취재했던 한 현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마… 거기가 아직도?”
12년 전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 2년 전 경인일보 취재진은 참사 10주기를 며칠 앞두고 현장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로 향했다. 당시 전국 주요 언론들도 현장에 모두 모였고, 10년간 방치돼 잡풀이 무성하던 씨랜드 현장을 르포 형태로 보도했다.
그러나 타 언론사와 달리 취재진은 특이한 현상에 주목했다. 지저분하게 방치된 씨랜드 현장과 인접한 부지에 이국풍의 수련시설이 들어서 성업 중이었던 것.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벌인 결과 황당한 말을 듣게 됐다. 씨랜드 부지 바로 옆에 있던 수련원 시설이 과거 씨랜드 참사의 장본인이던 원장 박모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를 의심케 하는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는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명의는 원장 박씨의 형 소유로 돼 있었지만 실 운영자는 원장 박씨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도 후 화성시는 혹여 있을 유족들의 반발을 의식해 성급히 불법시설을 모두 철거시켰고, 단 며칠 만에 일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취재진은 당시에도 이 같은 후속조치 상황까지 추적해 보도했다.
2년이 흐른 지난 8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그곳이 수련원과 오토캠핑장으로 성업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했을 때 그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특히 이번엔 화성시가 올해 초 해당 부지 주변에서 접수된 건축허가 변경 신청을 실사하며 현장조사까지 했지만 불법시설에 대해 방관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 보도했다. 이로 인해 화성시는 불법시설에 대한 철거, 경찰고발, 관계자 징계 등 발 빠른 후속조치에 돌입했고 신문과 방송 등 중앙언론에서도 씨랜드 옆 불법시설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현장 옆에 있던 불법시설을 ‘쉽게 지나치지 않았던’ 기자적 호기심과 2년에 걸친 추적보도가 이번 특종을 나았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하루하루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과거 보도했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게 어렵다. 하지만 이번 보도를 계기로 과거 한번 문제제기한 뒤 묻어뒀던 사안들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또 다른 특종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