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1.23 14:39:36
최근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드는 일이 발생했다.
대학생들과의 식사자리에서 현직 아나운서들을 비하하는 발언과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으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강용석 의원은 인기 개그맨 최효종씨의 프로그램 도중 코멘트를 문제 삼아 고소했다.
정치 풍자는 코미디의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치 풍자 코미디는 개그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등에서 주요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 코미디라는 형식을 빌려 우회적으로 풍자함으로써 서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종의 표현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특정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 정치의 문제점을 희화해 표현한 것을 두고 모욕혐의로 고소했으니 이 나라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넘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또 최근에는 일부 보수언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해 비판의 수준을 넘어 독설을 일삼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FTA까지. 기성 언론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또 다른 생각과 우려 등이 SNS를 통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SNS는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에 있는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아니라 개인의 생각과 신념, 사회적 문제 할 것 없이 다양한 소재가 넘쳐나는 소통의 도구이자 표현의 장이다. 신개념의 미디어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성 보수언론의 시각에서 볼 때 SNS가 눈엣가시일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존 언론이든, SNS이든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는 시대와 상황, 매체의 형태와 별개로 보호돼야 할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이다. 일부 정치인과 보수 언론은 시민들이 왜 SNS에 열광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시대, 국가와 정부, 정치인, 언론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발전을 위한 비판, 삶이 대한 불안감, 소외된 소수 등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귀 기울이고, 약자 편에 서려고 했는가. 그런 점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나 SNS는 그나마 불편한 현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요, 표현의 수단이 된 것이다.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S와 같은 스마트폰 앱 등을 심의하는 부서를 신설키로 했다. 이제는 정부가 대놓고 개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억압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SNS는 디지털 기술로 생겨난 또 다른 표현의 도구이자 개인적인 미디어이다. 정부가 여기에 대해 일일이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겠다는 초헌법적 조치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중동과 중국의 재스민 혁명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됐고, 이후 몇몇 독재 국가의 시민 혁명을 이끌어 냈다. 표현의 자유가 독재권력을 무너뜨리고 민주화의 기틀을 다진 것이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그 어떤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그런 기본권을 권력을 동원해 차단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 일부 보수 언론들은 이제부터라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그들 또한 자유로운 소통의 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며 진실 앞에 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