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파는 소셜 커머스

제254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 SBS 조지현 기자


   
 
  ▲ SBS 조지현 기자  
 
‘유명 소셜 커머스 업체인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가 베스트셀러인 ‘키엘’ 크림을 싸게 팔았는데 아무래도 가짜인 것 같다’는 제보를 들었을 때 진위를 가려내는 건 쉬운 일일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제품 사진은 한 눈에 봐도 정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품 후기를 남긴 블로거들을 통해 가짜로 의심되는 제품들을 구해 직접 눈으로 보자 확신은 더 커졌습니다. 키엘 한국지사에 문의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분석기관을 통해 성분을 밝혀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먼저 국내 공식 수입원은 키엘 한국지사를 통해 한국에 들여와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통된 제품이 아니므로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제품을 매장에 가져가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차선책을 써야 했습니다. 성분을 분석해 직접 진위를 가려내는 겁니다. 내로라하는 큰 기관부터 화장품 성분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 대학의 화장품 학과까지 여러 기관과 접촉했습니다. 그러나 대답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반 크림은 성분을 정확히 가려내 비교하기 어렵고, 설령 ‘A와 B, 두 제품이 다르다’는 사실은 알아낸다 해도 ‘위조됐다’ 혹은 ‘가짜다’라고 판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제조사만이 진위를 말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취재진은 열쇠를 쥐고 있는 제조사의 문을 다시 두드렸고 한국지사에서 또 한 번 퇴짜를 맞았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미국 본사에서도 답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키엘 측을 설득하던 무렵 미국 키엘 본사에서 제품을 검토해 보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본사의 분석 결과를 기다리며 문제의 제품이 어떻게 수입됐는지 경로를 밝히는 데 주력했습니다. 업체를 찾아 통화한 결과 역시 예상과 맞아떨어졌습니다. 망한 기업에서 물건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청산 전문업체였습니다. ‘미국 백화점에서 직접 샀다’는 위메프의 주장은 거짓이었던 겁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키엘 부사장 명의의 답장이 왔습니다. ‘당신의 예상대로 제품의 포장과 내용물 모두 가짜임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들고 해명을 듣기 위해 위메프를 찾아갔습니다.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견본 제품을 믿고 거래를 추진한 것이었고,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겁니다. 씁쓸했습니다. 전수 검사는 못해도 ‘미국 백화점에서 산 정품이니 믿고 사라’는 문구까지 내세우며 진품임을 강조해선 안될 일이었습니다.

먹는 것이나 바르는 것처럼 직접 몸에 흡수되는 건 가짜를 만들어서도 팔아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사 제품의 이름을 달고 유통되는 위조품에 대해 제조업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진위 판별에 나섬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막는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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