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사들이 왜 이상한 기소를 하냐고요?"

'검사님의 속사정' 펴낸 한겨레 이순혁 기자


   
 
  ▲ 한겨레 이순혁 기자  
 
“검찰조직은 경찰의 송치사건을 기소하고, 지휘하는 업무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1년만의 인사로 윗선의 눈치를 끊임없이 보게 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똑똑한 검사들이 조직논리에 충실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마치 학교 선생님의 꿈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장으로 승진하는 게 된 겁니다.”

최근 검찰개혁 논의가 뜨겁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 등 검찰 수사를 받은 참여정부 인사들은 각자 책을 통해 차기정부 개혁과제 1순위로 검찰개혁을 올려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미네르바, PD수첩,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검찰의 기소가 법원에서 무더기 무죄판결을 받았고,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을까. 책 ‘검사님의 속사정’을 낸 한겨레 이순혁 기자는 “검찰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지, 검찰 내외부의 어떤 방식으로 연결돼 작동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검찰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며 검찰의 속을 들여다보자고 말했다.

다년간 법조출입을 한 이 기자는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맡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비롯해 BBK 수사를 맡은 검사 등 여러 검사들을 인터뷰를 하며 검찰의 조직을 이해하는데 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수사에 대해 이 기자는 “조직 논리에 충실한 검사들의 조합이 빚어낸 최대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여든 야든 걸리면 걸리는 대로 때려잡는 게 검사의 일 아니냐.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사건을 덮고 넘어가는 게 맞는가. 나는 현직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도 잡으려고 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항변이다.

이 부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한 우병우 중수1과장. 그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를 구속 기소했다. 언뜻 보기에 두 사람 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현직 검찰 간부의 목소리를 다르다.

“이인규와 우병우가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하는데, 망나니는 망나니인 줄 알아야 한다. ‘너 저기 가서 목 쳐’라고 해서 전직 왕의 목을 쳤다. (중략) 솔직히 둘 다 내가 잘 알지. 어떤 스타일인지도 잘 알아. 그런데 그런 조합을 (대검 중수부 진용) 만들어 놓은 게 문제였다. 둘 다 밀어붙이기만 하는 스타일들이잖아.”

이 기자는 “독종 검사인 이인규-우병우 수사팀의 욕심, 꽃놀이패를 즐겼을 정치권력, 임채진 검찰총장의 우유부단함이 겹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노 전 대통령 사건을 통해 아무리 훌륭한 검사의 칼이라도 높은 차원에서의 안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좋은 칼’도 ‘나쁜 칼’도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아래부터 위까지 ‘검사동일체’로 움직이는 조직인 검찰. 이 기자는 피라미드형 조직과 연공서열형 인사시스템을 갖춘 검찰 조직 아래서는 배경과 연줄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1년 마다 빈번히 이뤄지는 인사주기를 늘리고 평가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장기적으로는 검찰을 분권화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며 지방자치 검찰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인터뷰 가운데 참여정부 검찰개혁의 아쉬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검찰외부 인사들이 검찰개혁을 이야기 하다 보니 내부의 반감은 클 수밖에 없었어요. 검찰 내부에도 개혁적인 생각을 가진 검사들이 많습니다. 이들과 함께 했더라면….”

실명으로 거론된 이 책에 대한 검사들의 호오는 갈렸다. 검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기자, 사람을 완전 죽여 놨어.” “이 기자, 책 잘 보고 있어.” “이 기자, 팩트가 틀린 거 아냐!” 이 기자는 말했다. “팩트 다 맞아요. 저 기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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