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이 시작되려면 아직 멀었다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 [엄민용의 우리말글 산책]


   
 
  ▲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올해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네요. 새해가 시작된 것이 어제 같은데, 세월 참 빠릅니다.

그건 그렇고요. 이즘이면 신문과 방송에 많이 오르는 말 가운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이 더러 있습니다. 특히 해(年)와 관련한 말들이 그렇습니다.

“아쉬워할 여유도 없이 임진년(壬辰年)은 어느새 코앞에 닥쳤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에게 임진년은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고 또 조심스러운 한 해일 수밖에 없습니다.”(조선일보 인터넷), “한 해를 보내고 임진년(壬辰年) 새해를 맞는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경기북부지역 곳곳에서 열린다.”(연합뉴스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론 새해는 임진년이 맞습니다. 그러나 임진년이니 신묘년이니 하는 육십갑자의 기준은 음력이지 양력이 아닙니다. 따라서 다음달 22일까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신묘년입니다. 임진년은 설날인 1월 23일 시작됩니다.

며칠 후로 다가온 새해는 그냥 2012년입니다.

또 며칠 후 새해가 되면 1월 한 달 내내 ‘구랍’이라는 말이 무척 많이 쓰일 것입니다. 해마다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구랍’은 “지난해의 섣달”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 즉 음력 12월이죠. 양력을 뜻하는 말로는 쓸 수 없는 것입니다. 구랍은 2012년 1월 23일 이후에나 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문이나 방송에서 음력과 양력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쓰는 일이 많습니다. ‘오늘의 역사’ 같은 것에 그런 오류가 많습니다.

“조선왕조 건국일이 7월 17일이어서, 과거 역사와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고 1948년 7월 17일에 제헌헌법을 공포했다고 한다” 등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일 듯합니다.

조선이 건국한 날이 7월 17일인 것은 맞습니다. 태조실록에도 그렇게 적혀 있지요. 하지만 그 시절에는 음력을 사용했습니다. 그날(음력 1932년 7월 17일)을 양력으로 따지면 8월 5일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8월 5일 새 전시관인 ‘조선실’의 문을 연 것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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