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 보도와 자사 이기주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1.11 15:04:52
미디어렙법 국회 입법 과정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각 언론사마다 자기 이해에 치우쳐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요 방송사들의 보도는 많은 비판을 샀다. 자기 회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리포트를 집중 배치하는가 하면 예정됐던 민주통합당 경선 토론회 중계를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했다. 시청자단체들의 ‘보복성’이라는 성토에 토를 달기 어렵다.
물론 미디어렙법에 대한 견해는 일치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각 언론사의 생존이 달린 절실한 문제다. 새로운 광고판매제도로 야기될 미디어환경은 무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기 회사의 미래를 염려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만하다. 백배 양보해 ‘언론의 공공성’을 놓고 시각차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방송사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냉정을 지켰어야 옳다. 평소에는 보편적 공공 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급하면 일개 기업으로 돌아선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 보도는 그야말로 극단으로 치우쳤다. 권력 감시 보도는 종적을 감췄다. 저널리즘의 중요한 덕목인 균형감각은 강자를 변호하기 위한 ‘물타기’로 악용됐다. 엔터테인먼트 뉴스나 이른바 생활밀착형 뉴스가 대세가 됐다. 기자들조차 자괴감을 느낄 정도이니 이를 보는 시민들은 오죽했겠는가. 정작 목소리를 높여야 할 곳은 외면하고 자기 이해가 걸린 일에는 두 눈을 부릅뜨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기자들은 매일 발생하는 뉴스를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기획하라고 내몰리고 있다. 회사 이익이 걸린 일에는 마이크와 펜을 내려놓고 ‘로비스트’로 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기자들은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고 있다. 더 큰 일인 것은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일이다. ‘나꼼수’가 선정적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챙겨야 할 게 많다. 이래서야 기자로서 얼굴이 서겠는가.
희망은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MBC기자회는 그동안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가결시키고 ‘참회’하겠다고 선언했다. 9일 뉴스데스크의 ‘내곡동 사저 매입비 청와대 6억원 지원’ 단독은 감개무량할 정도로 오랜만에 나온 권력 감시 보도였다. KBS의 많은 언론인들도 사내에서 ‘묻지마’ 처방되는 수신료 인상의 주술에 계속 제동을 걸며 공정보도를 외치고 있다. YTN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를 이유로 해직된 동료 6명의 복직을 올해에는 꼭 이루겠다며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선배 언론인은 최근 모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배권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언론자유를 누려왔다”고 자조했다. 염치없는 정권이 들어서니 그나마 누렸던 자유의 폭도 줄어들었다는 게 그의 탄식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정권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남이 가져다 준 언론자유는 허무한 모래성이다. 권력이라는 파도가 치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양심있는 저널리스트의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언론자유만이 태양처럼 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