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언론인들의 저항을 지지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오랫동안 움츠려 있던 MBC의 언론인들이 저항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불신임투표를 가결시킨 MBC기자회가 17일 심야 총회를 거쳐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MBC 평PD협의회도 하루 앞서 성명을 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인사들의 공개 사과와 이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경영진에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설연휴가 끝난 뒤인 25~27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들의 시선은 김재철 사장을 향하고 있다.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김재철 사장의 잔류 반대 의사는 93%를 넘었다. MBC 구성원들이 참아내야 했던 안팎의 비난에 대한 책임이 김 사장에게 있다는 사내 여론이 비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이같이 MBC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어떤 것보다 MBC 언론인들이 지켜온 자존심이 큰 상처를 받은 데 있다. 한·미FTA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MBC의 한 젊은 기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는 시민들이 MBC 취재진을 쫓아내는 현장에 있었다. 그 젊은 기자가 받았을 상처와 충격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의 눈물은 지금 MBC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의 한 씨앗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MBC의 전통은 비판정신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이념을 떠난 문제다. 군사정권 시절 굴욕을 겪기도 했지만 MBC는 대대로 중대 현안에 집중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파이팅’을 보여줬다는 말이다. MBC 출신의 한 원로 언론인은 “막대한 물리력을 가진 KBS와 경쟁하기 위해서 MBC는 ‘선택과 집중’ 노선을 택해왔다”며 “선배들에게 이렇게 배웠고 후배들에게도 똑같이 가르쳤다”고 말했다.

일부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대의명분에서 MBC 언론인들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왜 MBC가 이 지경이 됐는가.

MBC는 현 정권 초기 언론장악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때 언론노조 총파업의 주된 동력이었다. 기자들은 2009년에도 신경민 앵커의 교체에 항의하며 제작거부를 결행한 바 있다. 오랜 투쟁에서 쌓인 피로감에 무력증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 사회가 변화의 담론에 몰두하고 있다. 기성 체제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위기감은 심지어 여권 내에서조차 일고 있다. 언론계라고 예외가 될 수 없고 MB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MBC 언론인들이 침묵을 깨고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재철 사장 역시 현역 기자 시절에는 노조 파업에 동참하며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앞장서 나눠줬다는 기억을 떠올리는 기자들도 있다. 취임 당시 적잖은 파문이 있었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온정을 가진 그가 어느 정도 선은 지켜주리라고 자위했던 후배 기자들도 초기에는 있었다. 하지만 곧 그 기대가 부질없었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더 늦기 전에 구성원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30년 언론인으로서 삶을 소중히 여긴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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