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벌로마(施罰勞馬)'에 발끈한 KBS 간부 4인
노보 문제삼아 노조 전 위원장 등 고소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2.01.27 14:49:07
KBS 간부들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의 노보 내용을 문제 삼아 엄경철 전 위원장 등을 모욕죄로 고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새 노조는 지난달 27일 발행된 노보 64호에서 ‘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시벌로마(施罰勞馬·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벌을 내린다)’를 선정하며 ‘2010~2011 노보를 빛내준 인간들’로 김인규 사장, 길환영 부사장, 고대영 보도본부장, 이화섭 부산방송총국장, 박영문 스포츠국장 등 5인을 꼽았다.
이와 관련 길환영 부사장 등 4인(김인규 사장 제외)은 엄경철 전 위원장과 김경래 전 편집국장을 모욕죄로 26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욕설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자신들을 모욕했다는 게 이유다.
|
 |
|
|
|
▲ KBS 새 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노보. |
|
|
이에 대해 새 노조는 “풍자와 해학도 모르는 이들”이라며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벼든다”면서 “어주구리(漁走九里)”란 사자성어로 맞받았다.
이들은 27일 성명에서 “‘시벌로마’는 신조어가 아닌, KBS 2TV 수목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사회적 약자인 주인공이 재벌 회장을 조롱하면서 했던 말”이라고 지적하며 “KBS 최고 핵심 간부 4인이 우리 드라마 ‘영광의 재인’조차 보지 않았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관제 방송’ 일삼고 ‘부실 경영’ 이끌고 ‘막장 인사’하며 공영방송 KBS와 KBS인들을 피멍들게 했던 장본인들이 ‘시벌로마’ 한 마디에 ‘고소’까지 하는 걸 보니 찔리긴 많이 찔렸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노조의 건강한 풍자와 비판을 고소로 맞서는 당신들의 대담성에 놀랄 따름”이라며 “정말 모욕감을 느꼈다면 시청자들의 피땀 어린 수신료 대신 자신의 돈으로 직접 고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