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퇴진' 퇴로 없는 싸움
MBC 노사 양보할 카드 없어…방송 파행 불가피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2.02.01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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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노조는 지난달 30일 파업에 돌입하며 “정권의 방송이 된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했다. (MBC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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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파업에 들어가며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투쟁에 조합의 명운을 걸었다”고 밝혔다. 사장 퇴진을 내건 만큼 사측과는 어떤 형태의 협상도 불가하다. 노조는 “대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보도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제작거부를 벌였던 박성호 MBC 기자회장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교체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얘기”라며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그만큼 이번 파업은 퇴로가 없는 싸움이다.
김재철 사장에 대한 내부 불만은 이미 포화 상태다. 2010년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이후 줄곧 인사 전횡,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 손보기, 일방통행식 경영으로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는 김 사장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임으로 나타났다. 최근 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3.5%가 김 사장 잔류를 반대했다. 이 중 98.5%는 김 사장 체제 들어 MBC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고, 95.2%는 신뢰도가 위기라고 답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공영방송 MBC가 ‘MB씨의 MBC’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면서 “김재철 사장이 나가지 않는 한 이 굴레와 멍에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 가능성 있나그러나 김재철 사장의 남은 임기는 2년. 이 때문에 김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퇴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해임안을 의결하고 주주총회에서 이를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여대야소’ 구조인 현 방문진 체제에선 해임안 의결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사상 최고의 영업실적을 기록한 데 대해 김재철 사장의 자신감도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김 사장은 30일 담화문을 통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시청률 1위를 달성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불법 파업은 결국 모처럼 맞이한 최고 방송사로서의 지위를 경쟁사에 스스로 갖다 바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실적을 제외하면 김재철 사장의 성적표도 초라한 편이다.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최근 2~3개월 사이 지상파 방송 3사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각종 조사에서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노조가 두 차례 파업을 벌이는 등 계속되는 노사 갈등과 반목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정치 지형의 변화 역시 김재철 사장으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4월 총선이 끝나면 오는 8월에는 방문진 이사회가 교체된다.
노조도 배수진이 때문에 MBC노조도 시기상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당장 2월에 열릴 정기 주주총회가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문진 일부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해임안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MBC 파업은 양보 없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로선 2년 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39일간 파업을 벌이고도 ‘빈손’으로 투쟁을 접었던 만큼 이번엔 확실히 끝장을 봐야 한다는 투지가 뜨겁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김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이번 파업은 정치파업이자 불법 파업”이라며 사규와 ‘무노무임’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출입기자들의 취재까지 제한하며 비판 여론 차단에 나섰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방송 파행의 여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25일 시작된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뉴스데스크’가 15분으로 대폭 축소되는 등 뉴스 프로그램의 결방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부터는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들의 방송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31일 ‘PD수첩’이 결방됐고, ‘무한도전’과 ‘나는 가수다’, ‘우리 결혼했어요’ 등 예능 프로그램도 대거 결방이 예상된다. ‘해를 품은 달’, ‘빛과 그림자’ 등 드라마는 대부분 정상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