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갈증 '뉴스타파'가 푼다

"이것이 진정한 뉴스" 첫 방송 호평…후원계좌 문의도 줄이어



   
 
  ▲ 해직언론인들이 만드는 인터넷 방송 뉴스 ‘뉴스타파’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첫 녹화를 진행했다. 노종면 앵커(YTN 해직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  
 
해직 언론인·언론노조, 인터넷방송 뉴스 제작


“안녕하십니까. 뉴스타파 앵커 노종면입니다. 3년 5개월 만에 스튜디오 아닌 스튜디오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노종면이 돌아왔다. ‘해직기자’ 꼬리표는 떼지 못했지만 ‘앵커’라는 이름은 되찾았다. 그의 곁에는 역시 해직자 신분인 이근행 MBC PD와 권석재 YTN 카메라기자가 있었다. ‘해직 언론인’이라는 이름 아래 한데 뭉친 이들은 오랜만에 카메라를 잡고 마이크를 들고, ‘큐’ 사인을 외쳤다. 그렇게 탄생한 ‘진짜 뉴스’ 뉴스타파가 지난달 27일 첫 방송을 쏘아 올렸다.

‘뉴스타파(Newstapa)’는 해직 언론인들과 언론노조가 함께 만드는 인터넷 방송 뉴스다. “뉴스답지 않은 낡은 뉴스를 타파하고 시민들이 보고 싶은 뉴스를 성역 없이 탐사 취재해 보도한다는 의미”다. 이근행 PD가 총 기획을 맡고 노종면 기자는 뉴스 진행을, 권석재 기자는 촬영을 맡았다. 여기에 최상재 SBS PD와 변상욱 CBS 대기자, 김용진 KBS 울산방송국 기자(전 KBS 탐사보도팀장) 등 현직 언론인들이 실명 또는 익명으로 참여한다.

첫 방송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첫 녹화가 진행됐다. 스튜디오는커녕 변변한 사무실도 없는 이들이 모여든 곳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8층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 세트도 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세종로 거리와 청와대를 배경 삼아 노종면 기자는 차분히 뉴스 진행 코멘트를 읽어 내려갔다. 그를 비추는 것은 조명 3대와 50만원짜리 캠코더뿐. 프롬프터는 작은 노트북이, 모니터용 TV는 편집용 PC가 대체했다.

단출하다 못해 열악한 조건이지만 제작에 임하는 이들의 자세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이미 며칠 밤을 꼬박 새우고도 더욱 완벽한 세팅을 위해 공을 들였고,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작은 실수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된 ‘뉴스타파’ 첫 회는 기대 이상이었다. 43분짜리 뉴스에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선관위의 무더기 투표소 변경 의혹부터 위키리크스를 통해 밝혀낸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14조원의 무기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 확정 판결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책임론 등이 빼곡히 담겼다. 특히 ‘나는 꼼수다’가 문제제기했던 선관위의 투표소 변경에 관한 심층 보도가 돋보였다. 뉴스타파는 투표소 변경 사례와 선관위의 해명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부득이한 투표소 변경이라는 선관위의 변명은 거짓말”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3일 2회 방송에서는 “투표소의 무더기 변경이 임의적인 관할구 조정에 따라 이뤄졌으며 지역별 정치성향에 투표소 변경이 좌우된 의혹”을 보도할 예정이다.

첫 방송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성 언론들이 좀처럼 보도하지 않던 ‘진짜 뉴스’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첫 회가 공개되자마자 접속자가 폭주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이름이 올라갔다. 유튜브 시청 수는 사흘 만에 26만 건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이것이 바로 진정한 뉴스”라며 환호했고, “후원 계좌를 알려 달라”는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열띤 반응에 대해 노종면 기자는 “그동안 축적된 뉴스에 대한 갈증이 계기를 만나 폭발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뉴스타파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기성언론을 ‘자극’하는 것. 노 기자는 “기성언론에 비해 뉴스타파는 인력도 장비도 보잘것없지만 훨씬 떳떳하다”면서 “뜻을 함께하는 수많은 언론인들과 함께 죽어가는 저널리즘의 복원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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