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검증으로 시작된 미 대선 레이스
[글로벌 리포트│미국] 성기홍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성기홍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2.15 1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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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홍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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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할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가 요즘 미국 언론의 가장 비중있는 기삿거리이다. 민주당은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기 때문에 관심은 공화당의 후보 경선에 쏠려 있다.
당파적 대립에 골몰하는 워싱턴 정치권을 향한 여론 지지도는 사상 최악이지만 정치판을 개혁하겠다는 ‘바꿔’ 열망은 선거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선택과 심판’의 대상을 놓고 여론은 계속 꿈틀대고 있고, 이 소용돌이 속에서 언론은 자기 역할을 찾으려 선거 보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 들어 ‘Campaign 2012’ 타이틀 아래 하루도 빠짐없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공화당 경선을 보도하고 있고, CNN은 매일같이 경선 후보들의 발언을 분석해 유권자가 판단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화당 경선은 1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로 공식적인 막을 올렸지만 후보에 대한 여론 검증은 한참 전에 시작됐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2010년 11월 중간선거가 끝난 후 선거전의 문을 열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최상의 공화당 후보감을 묻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언론은 후보들의 언행에 대한 보도를 본격화했다. 경륜, 역량, 도덕성, 경제적 식견, 안보ㆍ외교관, 가치관 등 리더십을 전방위로 검증하는 작업이 대선 2년 전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신비주의’나 이미지에 기대거나 장외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전략이 발붙일 공간은 없다. 여론조사만 반복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을 링 위에 올려놓고 자질을 살펴보는 토론회도 병행됐다.
공화당 대선후보 TV 토론은 지난해 5월5일 시작됐다. 대선 본선일로부터 역산하자면 1년6개월 전이다. 1월 한달만 TV 토론이 6회나 이어지는 등 지금까지 모두 19차례의 토론이 진행됐다. 후보들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피력해야 했고, 경쟁 후보와 언론의 가혹한 검증 공세를 극복하는 게 과제였다.
토론와 여론조사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후보들은 하나둘씩 탈락했고, 후보들의 희비 쌍곡선은 엇갈렸다.
촉망되는 정치인이던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지지율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자 지난해 8월 경선포기를 선언했고, 한때 지지도 1위였던 피자 체인 최고경영자 출신인 허먼 케인은 성추문에 휘말려 12월초 낙마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토론에서 핵심적 공약을 까먹는 치명적 실수를 하고 “죄송합니다. 아이고”(Sorry, Oops)라는 말까지 내뱉어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타고난 선동가 기질에 빼어난 말솜씨 때문에 TV 토론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올해 TV 토론회에선 사회자의 역할이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이틀 앞둔 1월19일 CNN 주최 TV토론에서였다. 사회를 맡은 정치전문기자 존 킹은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전처가 주장해 악재로 부상한 ‘개방 결혼(Open Marrige)’ 요청 사실여부를 첫 질문으로 던졌다.
깅리치는 오히려 “언론의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비열한 질문”이라며 사회자를 공격했다. 초점을 ‘보수후보 발목을 잡으려는 리버럴 언론’ 프레임으로 뒤바꾼 깅리치의 대응은 성공했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해 선거판도를 바꿔놓았다.
이를 계기로 존 킹이 사회를 제대로 보았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사회자의 의무이다”, “더 중요한 이슈들이 많았다”, “깅리치 역공에 대비한 준비를 못했다” 등 평가가 엇갈렸다. TV 토론과 언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미 대선토론위원회는 공화당 후보는 아직 결정도 안됐지만 이미 세 차례의 대통령후보 토론 일정을 시간과 장소까지 확정해 발표한 상태이다. 미국은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검증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다. 특히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유력후보에 들이대는 언론의 검증은 더욱 엄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