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창(窓)'

[글로벌 리포트│중국] 손관수 KBS 상하이 특파원


   
 
  ▲ 손관수 KBS 상하이 특파원  
 
세계적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요즘 세계인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으로 중국으로’를 외치면서도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 들어가야 하는지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의 세계 진출도 눈부시다. 거의 모든 나라와 경제 무역관계를 맺고 있고, 8년 만에 100여 개 나라에 700개가 넘는 공자학원을 세워 중국을 전파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120개 나라, 152개 지국에 7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고 있고 CCTV 역시 세계 75개 지국에 500명이 넘는 직원을 파견 중이다. 전세계가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고, 중국이 전세계로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창(窓)’을 넘나드는 세계와 중국의 시각은 아직은 화합적이라기보다는 충돌적이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 장관급인 국무원 신문판공실의 한 주임은 각종 사건 현장에 기자들의 취재가 허용돼야 한다는 주중 프랑스대사의 제안에 ‘냉전시대 사고에 기초한 이중잣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프랑스 언론에 중국은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룬 독재국가로 그려지고 있다”며 비판의 목청을 높였다고 한다. 말이야 틀린 말이 아닌데 중국은 왜 이런 보도에 발끈하는 것일까?

중국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많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끊이지 않는 가짜 식품사고, 탄광사고, 관리들의 부정부패, 소수민족들의 반정부 시위, 반체제인사에 대한 탄압 등. 압축성장의 부정적 측면이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외국언론이 중국의 부정적 측면을 더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 중국 정부와 사회 각 분야에선 식품안전과 교통안전, 부패추방, 빈부격차 해소, 소수민족과의 화합 등을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평가해주려는 시선은 거의 없다. 또한 세계금융위기 과정에서의 중국의 역할에 대한 평가나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버텨 올 수 있었던 중국 요인들에 대해서는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드러내고 싶지 아니한다.

외교, 안보 관련 보도를 살펴봐도 이런 경향성이 드러난다. 우주선 발사, 해저 탐사선 실험, 구소련의 중고품으로 시작한 항공모함 건조사업이나 무인 전투기 개발 등에 대해서는 ‘중국 위협론’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대신 이러한 성과에 대한 평가나 기술 수준, 미국 등 여타 국가와의 비교 등은 잘 소개되지 않는다.

북중관계를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최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사건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아니라 이후 중국이 보여준 발빠른 ‘김정은 체제 인정’이었다. 미국의 동참을 이끌어낸 이 행보는 김정일 사후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그려낸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시각은 ‘천안함 사태’에서처럼 중국의 ‘북한 편들기’로만 보고 불편함을 쏟아 냈을 뿐이다. 북중 경협이 강화된다고 하면 곧잘 ‘중국에 종속’된다는 우려가 먼저 나오지 내용 확인 노력이나 대안 제시는 뒷전에 밀리는 게 중국과 북한을 보는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선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자본주의의 미래가 될 수 있느냐’하는 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고 적지 않은 논자들이 중국을 자본주의의 미래로 거론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체제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며 안팎에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로 간판을 갈아 달아야 할 정도로 경제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고, 세계는 그런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00년을 넘어서며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 간에도 ‘중국이 사회주의의 미래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역시 적지 않은 논자들이 중국을 사회주의의 미래로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중국이 이미 세계체제의 어떤 ‘미래’로 거론될 정도로 중요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만큼 부정적 기사가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라고 부르면서도 실제로는 중국의 중요성과 역할을 함께 평가해 주지 않는다면 시청자와 독자들은 중국을 오인하고 오판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중국을 향해 너희의 창(窓)을 깨끗이 닦고 세계를 보라는 당연한 요구와 함께 그들을 들여다보는 ‘중국의 창(窓)’에 굴절은 없는지 다시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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