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파업에 합법을 허(許)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고전적인 의미에서 법(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의로운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 어원을 보더라도 법은 물(水)이 흐르듯(去) 순리에 따라 자연스러운 이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사에서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각종 비(非)정의를 보면서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 KBS 등 방송사 노조의 파업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불법파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은 법과 정의가 전도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 정권 출범 후 방송사 보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광우병 보도에 대해 스스로 오보였다며 사과방송을 하게 하고 독립군을 때려잡는 친일인사를 전쟁영웅으로 미화한 사람들이 법의 이름으로 단죄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은 누가 봐도 정의롭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로서 마지막 저항수단을 택한 이들이 불법의 편에, 공정방송 투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합법의 편에 있다.

이처럼 공정방송을 위한 노동자의 단체행동이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거꾸로 단죄될 자들이 법을 들먹이며 부당노동행위를 합법적으로 자행하는 것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노동부와 대법원이 노동법상 파업의 정당한 사유를 헌법과 달리 임금 인상, 복지 등 경제적인 근로조건 개선투쟁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노동자의 노동3권의 목적을 임금인상 등 ‘밥그릇 챙기기’로만 제한하고 있지 않다. 헌법 32조 3항은 모든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노조법(1조) 역시 입법목적을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언론노동자에게 공정방송 보도는 어떤 면에서 임금인상보다 더 절박하고 양보할 수 없는 근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 인격을 실현하고 양심을 지키기 위한 공정방송 사수 투쟁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노동자의 정당한 조합활동이며 쟁의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일 방송3사의 공동파업 출정식에서 서기호 전 판사는 “판사일 때는 몰랐으나 나와서 보니 파업을 하면 항상 불법파업이라는 딱지가 붙는 이유는 판사들이 헌법에 기초해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며 판사들의 양심에 따른 판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판사들이 정의의 관념에 입각해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희생이 너무나 많다. 현행 노동법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공정방송 투쟁으로 해고되는 언론인들이 속출할 것이며 막대한 손해배상 위협과 대체노동자 투입 등 부당노동행위를 막을 수 없다.

현대 시민불복종운동의 대부인 19세기 미국의 문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불의(不義)가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시대의 모순에 대해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라”고 주문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건 흔들리지 않을 공정방송을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언론 노동자에게 공정보도를 위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권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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