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14명은 희망의 근거"

한자리에 모인 해직언론인들

2008년 YTN에서 시작된 언론인 수난 시대가 MBC와 부산일보, 국민일보 등을 거치며 5년째 이어지고 있다. MBC가 최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4명을 무더기 해고하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 해직된 언론인은 14명으로 늘어났다. KBS와 연합뉴스 등의 파업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기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5일 오전, 해고라는 낙인과 훈장을 양쪽 가슴에 새긴 이들이 세찬 봄바람을 맞으며 프레스센터 앞에 모였다. “MB정권 사망”을 의미하는 검정색 상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해고의 칼날이 진실과 정의를 입막음할 수 없다”면서 “언론장악을 심판하고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진실을 수호하고자 했던 14명의 해직 언론인들은 시대의 의인이자 양심”이라며 “이들의 존재는 언론의 제자리 찾기와 언론 부활, 사회 정상화를 얘기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들이 복직하는 그 날을 우리 힘으로 만들 것”이라며 “그것이 이 시대 1만5천 언론노동자들의 소명이자 이 땅에 언론이 바로 서고 사회가 올바로 서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MB정권 해직 언론인 ‘1호’인 노종면 전 YTN 노조 위원장은 “저들은 한 사람 한 사람 해고자를 늘려가며 언론인 전체를 협박하고 겁주면서 자신들의 언론장악을 완성하려는지 몰라도, 그들은 이미 실패했다”면서 “너희는 조금씩 우리를 갉아먹을지 몰라도 우리는 머지않아 한꺼번에 되찾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명박 정권 들어 해직된 언론인들과 언론노조가 5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장악 및 불법사찰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을 이끌다 해고된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은 “해직자란 말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김재철, 배석규 사장이 우리의 몸에 새겨준 치욕스런 문신이자 낙인인 동시에 이 시대 언론이 우리에게 준 자랑스러운 훈장”이라며 “우리 14명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다. 지금도 권력과 자본, 종교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동지들이 역사의 주인이다. 반드시 이기고 우리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해직자 13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은 “해직 언론인의 숫자 14는 ‘언론장악 심각 지수’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 주자가 YTN이었다면 피날레를 향해 MBC, KBS, 국민일보, 부산일보, 연합뉴스가 달려가고 있다”면서 “‘언론장악 지수’ 14를 ‘제로’로 내리는 그 날까지 질기고 독하게 싸워서 국민에게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80년 ‘언론 대학살’ 이후 30여년 만에 무더기 강제 해직 사태가 재현되고 있는데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이번 MBC 파업으로 가장 먼저 해고당한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80년 신군부가 집권을 위해 자행한 무도한 언론인 해직 사태가 30년 만에 재현됐다”며 “MB정권이 하는 짓이 군사정권의 무력 통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1975년 동아방송에서 해직된 이명순 동아언론자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2000년대 들어 대명천지에 거짓투성이 정권이 들어서 언론인들의 목이 날아가는 현실이 서글프고 분노가 치밀지만 여러분이 자랑스럽기도 하다”면서 “지금 모진 바람이 불지만 햇볕은 따뜻하듯이 여러분의 투쟁 역시 곧 봄을 맞이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14명의 해직 언론노동자뿐 아니라 거리에서 끝을 모르고 투쟁하고 있는 KBS, MBC,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동지들까지 속히 언론 자유가 쟁취되어 이들이 카메라 앞으로, 뉴스 현장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장악, 불법사찰의 수괴임을 시인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UNI(국제사무직노조연맹) 아시아태평양지부도 앞서 3일 운영위원회 결의안을 통해 한국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며 △김인규, 김재철, 배석규 사장 즉각 해임 △해직 언론 노동자 복권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언론 독립 보장 법률 도입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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