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홈페이지 톱기사 선정성 논란
'모텔·부킹녀' 기사 빈번…"신문품격 낮춰" 지적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2.05.23 14:59:30
“서울서 ‘여성 몰카’ 찍히는 곳, 1위… 깜짝” (17일)
“미모女에 벌금 대신 ‘은밀함’ 요구한 경찰…” (19일)
“라면 끓여 먹을래? 교생 때 만난 女제자를” (20일)
“나이트 부킹녀, 저도 집이 그쪽인데….” (21일)
“캠퍼스에 도우미노래방…음대생은 접대부” (21일)
“모텔서 술 마실래요? 여고생 따라갔다가” (22일)
음란사이트의 야동(야한 동영상) 제목이 아니다. 경향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톱기사의 제목이다. 경향신문이 자사 홈페이지 톱기사를 성(性) 관련 기사들로 대부분 채워 구설에 오르고 있다.
본보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등 주요일간지 6개 홈페이지를 모니터링 한 결과 경향 홈페이지의 톱뉴스가 타사에 비해 선정적 기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은 이 기간 동안 톱뉴스 15개가 불륜, 모텔, 여고생, 부킹녀 등 성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이들 기사들은 실명이 없는 디지털뉴스팀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조선·동아·한겨레·한국의 경우 한 건도 없었으며 중앙은 2건 있었다. 중앙은 기자가 직접 취재를 한 룸살롱 여성의 억대도박 혐의와 강남 유흥업소 트렌드 기사였다.
경향이 지난 20일자에 보도한 ‘라면 끓여 먹을래? 교생 때 만난 女제자를’ 기사를 살펴보면 경찰 발표를 인용해 “ㄱ씨가 지난 4월 교생실습으로 알게 된 여고생 ㄴ양(17)을 성추행하기로 마음먹고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자’며 유인해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건기사였다.
온라인 웹페이지의 ‘낚시성’ 제목이나 선정적인 제목달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있는 언론사들이 홈페이지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당장 눈길을 끄는 선정적 기사들을 걸어놓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사를 톱뉴스로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게 언론계의 지적이다. 인터넷신문 한 기자는 “해외토픽의 성추문 사례를 인용해 경향 홈페이지 톱뉴스로 자주 올라오는 걸 봤다”며 “이런 기사들로 인해 신문의 품격까지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 한 기자 역시 “홈페이지 유입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내부에서도 문제라는 지적들이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선정성은 문제지만 ‘필요악’이라는 입장이다. 톱뉴스가 네이버 뉴스캐스트와 연동되고 있고 이 기사가 홈페이지 유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디지털뉴스팀 한 관계자는 “뉴스캐스트의 특수성 때문에 인터넷 클릭을 많이 유도하려고 하기 위해 필요악으로 (선정적 기사를) 실을 수밖에 없다”면서 “톱기사 한 건 외에는 최대한 지면에 맞는 기사들을 배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