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 색깔론 보도 어디까지…
'주사파 의원' '종북 보좌관' '간첩 활동' 등 낙인찍기
이대호 기자 dhlee@journalist.or.kr | 입력
2012.06.06 13: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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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앞에서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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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만으론 안 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도 일침통합진보당 사태 발생 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주사파’, ‘종북’ 낙인찍기와 색깔론 보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당초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의 당내 민주적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불거졌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언론이 종북성향을 부각시키면서 애초 문제의식은 뒷전으로 밀렸다.
대표적인 것이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지난달 30일자 조선 기사 ‘종북 보좌관 50명 국회로…간첩단 연루·경기동부 실세까지’다. 여기서 조선은 ‘종북 보좌관 50명’의 근거를 “진보당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구당권파 출신이 6명이고, 의원 1명이 최대 9명(인턴 2명 포함)까지 보좌진을 둘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50여 명의 ‘종북 보좌관’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변수와 가능성을 무시한 산수 수준의 가설을 담았다.
조선이 지목한 6명의 의원이 구당권파인지부터 확실하지 않다. 이들이 모두 주사파인지는 스스로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한 더더욱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이 보좌진 전원을 주사파로 채용할 것이란 가정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진보정당에서도 보좌진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채를 통해 상임위 경험자나 전문가를 뽑는 게 보통이다.
동아는 같은 날 기사 ‘주사파 이석기-김재연…그들도 오늘부터 대한민국 국회의원’에서 두 의원을 주사파로 낙인찍었다. 동아는 기사에서 “주사파 의원 당선자들은 북한식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마침내 이 전술은 먹혔다. 지난달 30일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자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드디어’ 금배지를 단다”며 북한까지 끌어들여 주사파의 국회진입으로 못박았다.
그러나 두 의원이 주사파라는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이 경기동부연합 소속이라거나 이석기 의원의 경우 민혁당 사건 연루자라는 것 정도다. 주사파라는 위험한 낙인을 스스럼없이 찍기에는 빈약하다.
조선과 동아의 보도 태도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 정 의원은 4일 “정말 반국가적 사상이나 활동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했다면 수사기관이 수사를 먼저 해야 할 일로 본다”며 “그 분들이 종북으로 의심받으니 제명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세 또는 보수시민단체의 비난성명이라면 모를까 사상과 양심의 자유까지 고려해야 하는 언론의 표현으로는 부적절하다”며 “보수언론의 색깔공세 자체도 문제지만 거기에 휘말려 통합진보당의 쇄신이 방해받고 묻히는 것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이어 지난달 30일 터진 일명 ‘비전향장기수 출신 사업가의 군사기밀 수집 사건’ 보도에서는 받아쓰기에만 급급하고 사실관계 검증에는 게으른 우리 언론의 고질병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언론은 경찰 발표 다음날인 31일부터 며칠 연속으로 이 사건 주모자가 비전향장기수임을 강조하며 간첩으로 몰아붙이고 그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준 노무현 정부까지 비난했다. 조선은 2일 사설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싸잡아 간첩으로 몰아가며 감시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동아도 같은 날 사설에서 그가 묵비권을 행사한 것까지 “간첩들이 통상 사용하는 수법”이라며 “법무부가 간첩활동을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 북에 들락거리며 돈벌이를 하고 간첩활동까지 하고 다녔다니 어이없다”고 간첩으로 단정했다.
그러나 한겨레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 주모자는 전향을 한 후 출소해 비전향장기수가 아니었다. 그가 수집했다는 정보 또한 군사기밀의 가치가 없다는 군 관계자의 증언도 전했다. 조선과 동아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경찰의 수사결과를 그대로 받아 보도한 것이 드러났지만 어떤 해명도 없었다.
민언련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사건을 기자들이 의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며 “요즘 보도를 보면 검·경이 흘리고 보수언론이 대대적으로 받아쓰면서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