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중계, 종편 돌파구 될까

JTBC 월드컵 예선전·TV조선 K리그 중계 호평
현장촬영·편집 외부 대행…킬러콘텐츠로는 한계


   
 
  ▲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김보경이 두 번째 골을 성공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개국 후 레바논전 중계만큼 효과적인 프로모션은 없었다.” JTBC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예선전을 JTBC가 단독중계한 것을 ‘쾌거’라고 표현하며 한껏 고무돼 있었다.

그럴 만 했다. 이 중계방송의 평균시청률(AGB닐슨·수도권 유료가구)은 7.9%로 종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까지 가장 높았던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 최종회(4월19일) 시청률 4.42%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였다. 밤 9시대에 진행된 후반전 시청률은 11.6%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JTBC의 채널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JTBC가 주목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JTBC 한 관계자는 “JTBC가 전 국민의 관심사를 중계할 수 있는 방송국이라는 신뢰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준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효과를 얻은 것”이라며 “이번 중계를 계기로 스포츠중계를 지속적으로 밀어붙이자는 차원의 얘기가 사내에서 오갔다”고 말했다.

“아마 이 경기가 새벽에 열렸다면 나는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보고 있는 줄 착각했을 것….” 축구칼럼리스트 김현회씨는 4월22일 TV조선이 처음으로 중계한 K리그 포항스틸러스와 전북현대의 경기를 보고 23일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이 칼럼의 제목은 ‘명품이라 불러야 할 TV조선의 첫 중계’였다.

TV조선의 K리그 중계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평가가 호의적이다. 특히 중계방송의 현장감과 화질이 기존 지상파 수준을 뛰어넘어 프리미어리그급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결정적인 순간을 여러 앵글로 잡아 집중 조명하고 안타까운 장면에 머리를 쥐어짜는 관중의 모습, 감독의 불만 섞인 항의 목소리, 서포터스의 응원가를 현장음 그대로 안방에 전하다보니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신선함으로 다가가고 있다.

호의적인 평가를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은 지상파가 중계를 포기한 상태에서 종편인 TV조선이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축구팬들로서는 TV에서 보기 힘들어진 경기를 TV조선을 통해, 그것도 고화질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호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실제 TV조선의 K리그 시청자 게시판은 중계에 대한 감사와 찬사 일색이다.

TV조선 한 관계자는 “카메라를 더 동원하고 카메라가 경기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 기존 중계와는 다른 화면을 내보낸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축구팬들의 평가가 호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축구중계가 TV조선의 채널인지도를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종편이 축구중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선 두 종편 모두 경기중계가 자체 제작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경기장면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부분은 외부의 대행팀이 맡고 해설과 방송편집, 방송송출 부분만 직접 진행했다. 극도의 긴축경영 상태에서 장비와 인력까지 다 갖추고 스포츠중계에 뛰어들기에는 투자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종편들이 스포츠중계를 킬러콘텐츠로 삼기에는 근본적으로 역부족인 부분이다.

들이는 투자에 비해 광고 등 방송매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JTBC는 두 번의 월드컵예선전을 중계하면서 상당한 적자를 봤다. 누적 적자가 큰 상황에서 한 경기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중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JTBC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얼마를 벌었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틀린 내용들 뿐”이라며 “적당한 비용에 중계권을 확보하는 게 스포츠중계 지속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은 K리그 중계권사업자인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화면을 받아 K리그 경기 일부(30경기)를 중계한다. 축구팬들은 호의적이지만 시청률은 거기에 한참 못 미친다. TV조선의 평균 시청률보다는 높지만 1%는 아직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TV조선 한 관계자는 “시청률도 광고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그래서 과감하게 중계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종편의 축구중계는 독점적인 콘텐츠라면 종편도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투자여력이 받쳐주지 않는 한 단발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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