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고령화는 포토저널리즘의 위기"

기자들 '피로도·불안감' 급증…"젊은 피 수혈만이 해법"


   
 
  ▲ 지난 1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렙법 관련 상임위원회의를 사진기자들이 전재희 위원장 뒤 머리 위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기자 고령화는 신문사가 신입기자를 뽑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신문산업이 호황이던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사진기자의 공채가 1년 혹은 6개월 단위로 이뤄졌지만 외환위기 후인 1998년부터 신규채용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이 시기에 대부분의 신문사에서 강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재까지 이어진 사진기자 인원 감소와 고령화의 촉매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 신문업계가 장기불황의 길을 걷고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지자 신규채용은 가물에 콩 나듯 줄었다.

최근에는 아예 경력기자를 뽑거나 신입을 뽑더라도 몇 년에 한 번, 한 명이 고작이다. 이러다 보니 이직이나 개인 사정으로 신입기자가 그만두게 되면 공백이 생긴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5~10년씩 신입기자가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단적인 예로 올 상반기 신입 사진기자를 뽑은 중앙지는 경향신문이 유일할 정도로 신규채용이 메말랐다. 경향신문이 지난 3월 뽑은 신입기자는 중앙지 전체에서 동기가 한 명도 없는 외로운 기수로 통한다. 이 기자를 뽑기 전까지 경향신문에서는 11년차의 김창길 기자가 막내였다. 전형적인 ‘10년차 막내’인 김 기자는 “신입기자가 없는 고령화 구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다들 체념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신문사들이 사진기자 충원에 이처럼 소극적인 것은 사진기자에게 드는 비용 때문이다. 사진기자는 취재기자와 비교했을 때 인건비와 취재비 외에도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지급하고 취재차량을 지원해야 하는 등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한 일간지 사진기자는 “사진부는 편집국 내에서 약자이기도 하고 장비와 차량지원비 등 돈이 많이 드는 부서라 애물단지처럼 돼 있다”며 “특히 사정이 어려운 신문사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고참 기자들의 취재활동은 활발해졌다. 최근 취재현장에서는 머리 희끗희끗한 사진기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뒤로 물러나 있을 베테랑들이 활약하면서 젊은 기자들을 자극하고 사진기자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노령화와 인원 감소에 따른 근무조건 악화, 조직의 노화, 포토저널리즘 발전 저해 등은 사진기자의 존재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특히 신문의 비주얼이 강조되고 온라인도 사진 위주의 편집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정작 비주얼을 담당하는 사진기자들을 뽑지 않는 것은 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일간지 차장급 사진기자는 “사진은 새로운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되기를 요구받고 있는데 첨단 장비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할 사람은 젊은 기자들”이라며 “젊은 피를 수혈하지 못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우리 포토저널리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일수록 이런 인식에 공감하며 불안감이 높았다. 또 다른 기자는 “신문사에서 비주얼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비용절감 측면에서 지원은 늘리지 않는다”며 “이런 부분에서 사진기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으로 근무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사진기자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취재현장을 누벼야 하고 야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일간지 기자는 “7~8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3번 정도이던 야근이 요즘에는 평균 5번으로 늘었는데 지난달에는 출장자가 많아 7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올 초 한 일간지 사진기자가 출근 중 쓰러져 사망한 사건에 사진기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일간지 사진기자는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남일 같지 않아 불안하다”며 “업무과부하는 이제 사진기자들에게는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부 구성원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도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참과 막내의 격차가 크다 보니 조직 내 의사소통이나 노하우 전수가 예전처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법에 대해 사진기자들 모두 “젊은 기자 충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기자협회도 여기에 공감하고 있지만 고용문제를 두고 각 신문사에 배 놔라 감 놔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사진기자협회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일정한 기간을 정해 수습기자를 뽑는 것이 사진부의 미래, 편집국의 미래, 신문의 미래를 담보하는 길”이라며 “신문사가 이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상 사진기자의 노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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