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복동에서 마산 창동을 걱정한다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장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6.27 16: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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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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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부산 광복동을 찾았다. 평일 낮인데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4~5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 부산에서 으뜸가는 번화가로 꼽혔으나 서면과 해운대에 새롭게 상권이 만들어지면서 시들어버린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옛 도심 살리기가 시작됐다. 거리를 특색 있게 꾸민 위에 크고작은 공연도 펼쳤다. 지금은 해운대로 거의 다 넘어갔지만 처음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여기서 열었다. 지금도 행사 일부는 여기서 벌어진다. 그러다가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들어서고 2011년 거제를 부산과 이어주는 거가대교가 개통하자 일대 상권이 확실하게 되살아났다.
문득 2011년 크리스마스 때가 생각났다. 그날 여기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는 10대, 20대, 30대, 40대 할 것 없이 넘쳐나서 걸어 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젊은이들은 이른바 ‘프리 허그’를 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시외버스를 타고 살고 있는 창원으로 돌아오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부산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창원이나 김해나 양산 같은 둘레 도시에서 온 사람이 무척 많았던 것이다.
창원의 마산합성동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 줄은 끝이 없었다. 버스가 연방 들어와 사람을 태우고 떠났지만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밤 11시 즈음 줄을 섰는데 실제 버스를 탄 시간은 이튿날 새벽 1시를 넘어 있었다. 자리는 물론 꽉 들어찼고 서서 가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해서 살아난 상권은 누구에게 좋은 일을 시킬까? 어리석게도 나는 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붐비는 과실을 따먹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여기 상인들이 장사를 해서 돈을 벌면 상가나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려 받는다고 했다.
부산 사람이 아니라 이런 사정을 알지 못했을 텐데 어쩌다 인연이 닿은 부산 극단 새벽 때문에 알게 됐다. 올해로 생긴 지 스물여덟 해째 되는 극단 새벽은 정부 지원도 받지 않고 상업주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지도 않는다.
독립 극단인 셈인데 2011년까지는 광복동 패션거리에서 나름대로 버텨냈으나 올해는 공간을 대청동으로 옮겨야 했다. 듣자니 세들어 있던 건물 주인이 임대료를 50% 가량 더 달라고 하는 바람에 그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산에는 부산 광복동이나 남포동의 옛날 모습보다 훨씬 더 심하게 찌그러져 버린 옛 도심이 있다. 창동과 오동동이다. 이를 두고 오래 전부터 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창동예술촌을 꾸며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나눠주고 이태 동안 공짜로 쓰게 했다.
창원시가 23억원을 들여 창동 학문당 뒤편 쪽샘골목과 건너편 옛 시민극장 둘레 골목의 비어 있는 가게 50개를 빌려 그리 한 것이다. 아울러 전깃줄을 땅 밑에 깔고 골목길은 다시 포장하는 한편 예술촌다운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건물과 담벼락 등까지 새롭게 꾸몄다.
5월 25일에는 내로라 하는 지역 인사들이 모여 개장 행사도 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여기서 세계적 예술축제를 열자고도 했다. 과연 새롭게 꾸며진 창동예술촌을 둘러본 이들은 대부분 호평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 꾸며진 창동·오동동이 되살아난다고 한들 그 과실이 거기 깃든 이들에게 풍족하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집값·땅값만 올리고 임대료만 올리는 결과가 나올까봐 걱정된다. 그래서 부산 극단 새벽처럼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는 예술인(단체)는 재생한 이 도심에 자리잡지 못하고 다시 변두리로 떨려나가야 할까봐 두렵다.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아니면 그들도 풀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