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버려야 신문이 산다
신문의 디지털 전략
양성희 기자 yang@journalist.or.kr | 입력
2012.08.15 14:53:52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일간지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9명(89.3%)이 신문 산업을 ‘위기’로 진단했다. 올해 신문업계 종사자의 한숨은 더욱 짙어졌다. 한 주요 경제매체 광고국장은 회의 때마다 “올해처럼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이 말이 퍼지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제지도 이 정도인데 종합지는 어떡하냐”, “해를 거듭할수록 더 힘들 것” 등 한탄조의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신문의 ‘위기론’은 급부상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스마트 기기 등으로 미디어 이용 형태에 변화가 따르면서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위기의 원인을 알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이 원인이라면 해법 또한 ‘디지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내외 신문사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대응 전략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언론이 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가디언의 디지털 우선 전략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을 대표 매체로 두고 있는 영국의 미디어그룹 ‘가디언 뉴스앤미디어(GNM)’는 지난해 디지털 우선(Digital First) 전략을 발표했다.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결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GNM은 현재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저널리즘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 ‘뉴스오브더월드’ 불법도청 파문으로 신문기업 전체의 위상이 흔들렸던 지난해에 가디언은 온라인 신문, 기자 블로그, 트위터 등으로 이 문제의 본질을 상업성에 눈 먼 한 재벌의 한계로 제한하면서 빠르게 대응한 것이 한 예다.
이것은 전임 디지털 편집장을 맡았던 에밀리 벨이 “웹(web) 우선전략은 단순히 웹에 기사를 올리는 것을 넘어 웹에 어울리는 저널리즘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확대해외 유력 신문사들은 일찌감치 온라인 뉴스를 강화했다. 2001년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료화 정책을 본격 도입하며 온라인 대응에 앞장서온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침내 디지털 구독자 수가 종이신문 구독자 수를 능가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FT는 온라인판의 올해 구독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31% 늘어 종이신문과 온라인판을 합친 전체 구독자 수의 절반을 넘는 30만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해외에서 온라인 뉴스 유료화 흐름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일본의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온라인 유료화를 도입해 성공모델로 안착했다.
경제지가 아닌 종합지로서 지난해부터 유료화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경우 점차 온라인 무료 기사를 줄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무료 온라인 기사를 20개에서 10개로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사를 10개 이상 보기 위해서는 1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30개 일간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3위 신문그룹인 ‘매클라치’는 오는 3분기부터 온라인판 유료화 흐름에 동참할 계획을 밝혔다.
대세는 통합뉴스룸온라인 뉴스 강화는 통합뉴스룸을 통해 이뤄진다. FT는 2009년부터 편집국에 온라인 뉴스 전담부서를 두지 않고 온·오프라인 뉴스를 통합뉴스룸에서 생산하고 있다. 뉴스룸 통합 이후 온라인 기사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 간 차별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도 2009년부터 온·오프라인 통합뉴스룸을 운영해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03년 CBS가 라디오 보도국 기자와 인터넷 기자로 구성된 뉴스룸을 구축해 기사를 통합 관리한 것이 시작이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5월 편집국 외부에 있던 디지털뉴스부 기자들을 편집국 사회부로 배치하며 인적자원까지 통합을 이룬 실질적인 온·오프라인 통합뉴스룸을 운영해오고 있다. 편집국이 온라인 영역도 중요한 미디어플랫폼으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를 낳았다는 평이 나온다. 유강문 온라인에디터는 “종이신문에 익숙한 기자들이 온라인에 참여하거나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통합뉴스룸이 가동된 후 그 거리감이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신문으로 승부수한편 국내언론 중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의 전략을 주목해볼 만하다. 연구센터인 연결지성센터를 별도로 두며 중장기적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해 11월부터 웹앱(Web-App)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신문을 제작했다. 종이신문의 레이아웃을 모바일기기와 PC에서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를 표방한 것이다. 지난 5월부터는 차세대 인터넷 제작기술인 HTML5을 기본으로 하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연내 출시할 윈도8을 운영체제로 하는 뉴스 앱을 선보였다.
우병현 총괄이사는 “HTML5을 기반으로 모바일, 태블릿PC, PC 등 여러 개의 플랫폼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N스크린 환경에 대응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