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중미 갈등 그리고 한반도

[글로벌 리포트│중국] 손관수 KBS 상하이 특파원


   
 
  ▲ 손관수 KBS 상하이 특파원  
 
최근 중·미간 기싸움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가히 막말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말싸움’으로는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최근의 갈등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갈등의 촉매제가 된 남중국해의 싼샤시(三沙市)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싼샤는 시샤(西沙), 중샤(中沙), 난샤(南沙)라는 세 개의 군도를 묶어서 싼샤(三沙)가 된 것이다. 면적은 13㎢, 인구 역시 1100명에 불과하지만 관할 범위는 남중국해 일대 200만㎢로 중국 내륙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넓다.

중국은 7월 중순 싼샤시를 출범시켰는데 문제는 이 지역 방어를 위해 군대 주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베트남과 필리핀 등 주변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까지 나서서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중·미 외교당국 간에 오간 성명 설전은 외교적 수사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는 형국이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이기도 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중국의 군주둔 방침을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나서자 중국은 인민일보 논평을 통해 ‘과연 누가 도발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기관지가 미국의 아·태국가 복귀 선언 이후 영유권 논란이 더 거세게 일고 있다며 ‘미국 배후론’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의 당기관지로 ‘당국가(黨國家)’인 중국의 입장을 대표한다. 특히 국제평론은 개인명이 아니라 내부 토론을 거쳐 ‘종성(鐘聲)’이라는 필명으로 게재되는데 ‘鐘聲’은 ‘중국지성(中國之聲)’의 별칭으로, 결국 중국정부의 입장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설전 와중에 나온 또 다른 비난전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은 지난 7월말 대이란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쿤룬 은행’을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중국은 또 한번 폭발했다.

당장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이 ‘미국이 국내법으로 중국 은행을 제재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인민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의 행위는 패권국가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인민일보는 ‘유엔도 이란과의 무역을 금지하지 않고 있고, 어느 나라도 이란과 금융거래를 완전히 중단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패권 정치, 강권정치’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특히 인민일보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이번 제재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누차 말했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최근 미국의 행위는 바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중국의 판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간과해서 안될 점은 바로 이런 중·미간의 대결 와중에 서 있는 한국 외교의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이 아·태로 복귀하면서 중국 포위 전략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더욱 거칠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한반도 외교는 북한은 중국의 자장권으로, 한국은 미국의 자장권으로 빨려들어가며 변변한 독자적 외교카드 하나 구사하지 못하는 외교적 빈사상태를 겪어오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은 중·미간 대결이 다시 동아시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미 긴장의 파고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 즉 댜오위다오로 번지고 있다. 일본 수상이 직접 자위대 동원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미국은 이 분쟁지역이 미·일군사협정 내에 있다며 일본을 지지하고 나섰고, 지난 4일 이미 공동 해상 방어 훈련에도 들어간 상태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파문 당시 중국은 이 협정이 ‘결국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함의’를 갖는다며 한국이 동북아에서 대국들 사이의 ‘최전선 바둑돌’이 되지 않으려면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며 한국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중국과 주변국의 영유권 갈등,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하 듯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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