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해직사태 해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8.22 14:59:51
남북한은 1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이라는 대참사를 치렀다. 이후 남북관계는 부침을 거듭했지만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6·15공동선언 등 한반도 평화를 부인할 수 없는 대전제로 만드는 발걸음을 계속했다. 만약 남이 북에 ‘민족상잔의 죄과에 대해 반성하라’고 전제조건을 붙였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북이 남에 ‘미제의 괴뢰정부로서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를 YTN 사태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4년 가까이 증오의 골이 천 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무리한 비교는 아닐 것이다. 그랬던 YTN이 최근 해직사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순간을 맞았다. 노조의 ‘해직사태 해소를 위한 특위’ 제안이 그것이다. 사측도 이전과 달리 대화 움직임을 보였다. 더욱이 변수가 있지만 ‘전원 복직’은 사실상 공론이 됐다. 이는 특히 배석규 사장 체제 이후 보기 드물었던 광경이다.
그러나 사측이 해직자들에게 내건 ‘사과와 반성-4대 요구조건’에서 막혀 기회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지금 YTN 내의 단 한 가지 교집합은 ‘더 이상 해직사태가 연장된다면 YTN의 미래는 어둡다’는 것이다. 열성 노조원이든,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 침묵했던 사원이든 사측 간부들까지도 상당수가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끝내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사측의 역지사지의 자세와 대승적 결단이 절실하다. 사측의 해결 의지가 진심이라면 이미 4년이나 고통받은 해직자들에게 일방적 사과와 반성을 강요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배석규 사장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YTN 사장이 된 것을 인정하라’고 노조가 조건을 건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또 사측은 해직 기자들에게 ‘개선장군처럼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직자들이 그런 대접을 바라지도 않겠지만 이는 사측에도 해당된다. ‘혐의를 인정하면 선처하겠다’는 식의 시혜적 자세를 보인다면, 완승을 거두려 한다면 사태 해결은 절대 불가능하다.
노조와 해직자 역시 역사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던 6·10항쟁은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지만 호헌을 막는 데 그쳤다. 2008년 촛불시위의 실질적 결과물은 가축전염예방법 개정뿐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6·10과 촛불이 패배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YTN 구성원 모두가 더 늦기 전에 해직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과거 남북 대화의 역사가 말해준다. 한쪽에 대한 일방적인 사과와 반성을 고집한다면 사측이 말하는 ‘대화합’은 신기루다. 사과라는 과거 지향적 방식이 아닌 YTN을 ‘해고 이전 상태’로 살려내기 위한 미래지향적 대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YTN의 7·4 공동성명, 6·15 선언이 필요하다.
이제 배석규 사장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사태 해결에 진정성이 있다면 선문답같은 지루한 성명전이나, 그간의 오랜 단절 때문에 불신을 해소할 수 없는 간접적 소통방식에 기대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배 사장은 취임 후 노측 대표자와 한 번도 진솔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YTN은 내년 권력 이동기에 CI의 대대적 교체와 더불어 상암동 시대를 연다. 그 새로운 땅에까지 고통의 상처를 끌어안고 갈 것인가. 시간이 없다.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