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관련 언론사 파업 잔혹사
비타협적 사측…집단해고 극단사태까지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2.09.05 15:11:23
종교 관련 언론사는 치열한 노사 갈등을 빚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사측의 비타협적 태도로 집단해고, 노조 해체 등 극단적 사태까지 치닫기도 했다.
1991년 벌어진 평화방송 사태가 대표적이다. 1990년 4월15일 개국한 평화방송은 초기부터 복음방송을 강조하는 경영진과 비판적 보도기능을 우선하는 제작진 사이에 갈등을 빚었다. 이에 사측이 보도국장 대기발령, 보도프로그램 축소, 보도국 기자의 순수선교지 평화신문 발령 등의 강수를 두자 기자·PD들의 제작거부 사태까지 번졌다.
노조는 파업을 가결한 뒤에도 돌입을 미루며 사측에 대화를 촉구했으나 사측은 비타협적인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급기야 파업 5일 만에 공권력까지 투입된 이 사태는 기자 20명 등 총 27명이 해고되고 3명이 구속된 채 파업은 6개월에 이르렀다.
국제기자연맹(IFJ)이 김수환 추기경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등 전 사회적 이슈가 됐으나 결과는 잔혹했다. 해고자 중 노광선 기자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옥고를 치렀고 해직자 27명 전원이 복직을 이루지 못하고 타 언론사 등으로 재취업했다.
세계일보는 1991년 회사가 편집국에 교육사상부를 신설해 선교지 성격을 강화하려 하자 130명의 기자가 집단 사표를 냈다. 사측은 나흘만에 사표를 전원 전격 수리하고 “개전의 정을 보이면 개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맞서 이후 80명이 복귀하는 내홍을 빚었다.
1998년에는 사측의 편집국장 전격 경질을 계기로 81일간의 노조 파업 사태가 벌어졌으나 노조 집행부 3명이 해고된 채 임금체불·회사경영 악화로 노조가 파업을 중단했다. 이후 노조는 해체됐으며 중앙노동위와 고등법원에서 모두 복직 판결을 받았던 해직자들은 사측의 요지부동 입장에 대법원 최종 결정이 난 뒤에서야 3년 만에 복직됐다.
CBS도 2000년 교계가 전적으로 지배했던 재단이사회 개혁과 사장 퇴진을 요구한 노조의 267일 파업을 치렀다. 파업 이후 목사가 아닌 직원 출신 사장 배출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현상은 종교 관련 언론사들 특유의 태생적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개 종파, 종교 지도자 일가가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일반 회사같은 노사 타협이나 조정이 쉽지않다는 것이다. 한 종교 관련 언론사의 관계자는 “언론사 뿐 아니라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는 사업장은 노사분규가 일어나면 극단으로 흐르는 예가 많다”며 “종교 지도자들은 노사문제를 그 자체로 보지 않고 권위와 신성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노조에게 일방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