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언론자유' 입장 밝혀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9.19 15:34:53
언행일치(言行一致)란 말이 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은 꺼내지 말고 일단 입밖으로 내뱉은 말은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 약속이 ‘언론장악’의 칼날로 표변하는 모습을 지난 4년간 지켜보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 박 후보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국민대통합 대상에 MB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을 포함한 언론탄압의 피해자들이 포함돼 있는지도 솔직히 의심스럽다.
올해 초부터 MBC, KBS, 연합뉴스, 국민일보, YTN노조가 한국 언론사상 최장기 공동파업을 통해 MB정권의 언론장악에 단호한 거부의지를 보였음에도 박 후보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MBC가 파업에 돌입한 지 145일째를 맞이한 지난 6월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알맹이 없는 발언이 그나마 박 후보의 유일한 언급이었다. 물론 박 후보의 이 같은 유체이탈 화법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등 그동안 민감한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혹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말로 상황을 모면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박 후보가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지금 시점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방송사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접고 현업에 복귀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난맥상 한 가운데는 잠재적 미래권력인 박 후보가 자리하고 있다.
박 후보의 대량징계에 대한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전국에서 400여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해직·징계를 당했고 아직도 파업 복귀자들에 대한 각종 탄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오히려 김 사장을 비호하던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이 논문표절 의혹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5공시절 보도국의 총 책임자로서 KBS의 ‘땡전뉴스’를 주도하던 이길영 감사 역시 학력위조와 각종 비리전력에도 불구하고 KBS 새 이사장에 선임됐고 그 밑에서 정치부장을 하던 김병호 전의원은 박 후보 선거캠프의 공보단장에 임명됐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언론장악 주도 세력들의 이 같은 재결집이 박 후보의 사전승인 혹은 묵인없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각 방송사나 연합뉴스에서 편파보도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기사들 대부분이 박 후보의 대선행보와 관련된 것이다. 박 후보의 관련된 기사 한줄 한줄이 데스크들로부터 엄격한 검열의 대상이 되고 있고 5·16을 ‘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을 ‘독재정권’이라 지칭한 것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삭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박 후보가 언론자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고 본다. ‘이(李)비어천가’가 ‘박(朴)비어천가’로 바뀌었을 뿐 주요방송사의 노골적인 편파보도가 시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는 ‘위선’에 불과하다. ‘국민이 준 권력만 받겠다’(지난5월 SBS 힐링캠프)고 한 박 후보의 언행일치를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