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24시간 방송, 뚜껑 열어보니

사전준비 없이 대부분 재방송으로 채워

KBS 1TV가 지난 8일부터 24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지상파 방송시간 자율화를 결정한데 따른 조치다.

KBS는 광고가 없는 1TV 먼저 24시간 방송을 시작한 뒤 2TV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방송시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는 8일부터 방송 시작을 오전 5시로 한 시간 앞당겼으며 SBS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21시간 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지상파 종일방송 시대가 열렸지만 그 내막은 초라하다. 늘어난 방송시간은 재방송으로 채워지고, 내부에선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며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공개된 KBS 편성표를 보면 심야시간에 방송되는 ‘내 고향 스페셜’, ‘KBS 걸작 다큐멘터리’, ‘KBS 중계석’, ‘TV문학관’ 등 대부분이 사실상 ‘재탕’ 프로그램이다. 인터넷뉴스부에서 제작해 호평을 받아온 ‘차정인 기자의 T-time’과 의학정보 프로그램 ‘가애란의 알약톡톡’이 타 플랫폼에 진출한 것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방송을 대비해 기획된 프로그램은 없는 셈이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시간 자율화를 허용하며 심야시간대 재방송 편성률을 40% 이내로 운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로선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야시간대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청자들의 시청권 확대와 방송의 다양성 확보라는 방송시간 자율화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윤형혁 KBS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재방송 위주의 편성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인력 충원, 시스템 보완 등도 과제다. 일찌감치 종일방송에 대비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높았지만 KBS는 별다른 대책 없이 방통위의 결정 한 달 만에 24시간 방송을 강행했다. 방송 시간이 늘어나면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기술 쪽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KBS노조는 10일 임시 노사협의회를 열어 24시간 방송에 대한 사측의 대책을 따질 계획이다. 윤형혁 실장은 “사측이 인력 충원 등 전향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합법 투쟁부터 시작해 단기적으로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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