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일전서 펄럭인 日 군국주의 깃발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 /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0.10 15: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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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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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8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뒤 “아키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일왕에게 요구했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에서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땅”, “조센진(한국인을 낮춰 부르는 말)은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주말마다 극우세력들이 반한 시위를 통해 한국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FIFA U-20 여자월드컵 개최국인 일본이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욱일승천기를 들고 대대적인 응원전을 펼치자”라는 선동적인 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떠돌자 부장은 1박2일 일본출장을 지시했다.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미디어센터에 도착해 비표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데 FIFA 미디어매니저는 “한국사진기자는 당신 혼자다”라는 말을 하고 웃으면서 비표를 내주었다. 경기에 앞서 나이지리아와 멕시코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일본 응원단들은 경기장에 속속 들어왔는데 액체류에 대해서만 검색을 강화하고 있었다.
경비관계자가 일본 응원단이 들고 오는 ‘욱일승천기’에 대해서 반입을 허용하자 ‘한국사진기자 스타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렌즈와 스트로보에 ‘東亞日報’ 로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조센진 뭐하는 건가” “조센진” 등을 연발하며 기자를 위협했고, 경기장 경비는 기자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며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 지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위기를 벗어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극우세력과 몸싸움을 하거나 폭행을 당했으면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더 큰 만행은 보도할 수 없을 뻔했다.
험악한 분위기였지만 사진을 삭제해주고 사진기자실로 들어가 복구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 복구를 마쳤다. 경기장에서 일본 사진기자들은 축구 경기 사진을 취재하지만, 관중석으로 뒤돌아 앉아 펄럭이는 욱일승천기에 흥분한 일본인들을 파인더에 담은 기자는 일본인에게 당한 수모와 현장 상황 등을 보며 자세하게 지면에 보도할 수 있었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사진기자는 항상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며,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마감이 앞당겨진 상황에서도 지면에 많은 도움을 준 편집국 부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