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철수 논문 표절의혹' 보도 후폭풍

선거방송심의위 법정제재 경고 "반론권 사실상 무시"
같은 내용 취재 타 언론 "기사화 무리있어 보도 안해"


   
 
  ▲ MBC는 지난 1일 ‘뉴스데스크’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3일 ‘공정성’ 위반으로 MBC를 ‘경고’ 조치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공정성 논란을 불렀던 MBC의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법정제재인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 MBC가 제보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타 언론사는 취재 결과 표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사화하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나 MBC 보도 공정성에 시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3일 MBC뉴스데스크의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에 대해 ‘선거방송 심의에 대한 특별규정’의 제5조 공정성, 제8조 객관성 조항을 위배했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방송화면을 통해 해당 사건과 무관한 논문을 표절 대상 논문인 것처럼 제시하고 △방송을 불과 2시간 여 앞둔 시점에서 안 후보 측에 해명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며 △매우 민감하고 전문적인 사안을 다루면서도 외부전문가 등의 의견을 소개하지 않고 ‘의혹제기’ 위주로 방송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MBC가 보도에서 표절 대상으로 제기한 논문은 서울대 서인석 교수의 1989년 소아과학 박사학위 논문이었으나 실제 방송에 나온 것은 서 교수가 같은 해 발표한 생리학 박사학위 논문이었던 것으로 심의위 확인 결과 밝혀졌다.

반론권 문제는 MBC 측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비춰볼 때 안철수 후보 측이 반론을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 들인다”고 밝혔다. 전문가 인터뷰 부재 문제는 “취재한 전문가들이 공식인터뷰는 물론 음성변조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심의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심의위원 8명 중 7명이 참석해 4명이 경고, 1명 권고, 1명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으며 1명은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30회 방송에서 MBC 뉴스데스크가 박근혜 후보 캠프 행복교육추진위원인 모 교수가 MBC를 비롯해 여러 언론사에 이 표절 의혹을 제보했으며 MBC만이 기사화했다고 보도해 MBC의 취재 과정에도 의구심이 증폭됐다.

‘뉴스타파’에서 제보한 것으로 지목한 모 교수는 “해당 보도를 했던 MBC H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표절 의혹 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밝혔으나 H기자는 선거방송심의위 진술을 통해 “그 교수에게 제보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편 한 유력 전국종합일간지도 MBC가 보도한 같은 논문 표절 의혹 건을 취재했으나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간지의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MBC가 제기한 것과 같은 내용을 지난 9월경 취재했으나 사실 확인 결과 기사화가 무리라고 판단해 보도하지 않았다”며 “MBC의 보도를 공격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원치 않으나 다소 경솔하지 않았나 본다”고 밝혔다.

MBC 보도를 계기로 언론 대선보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특히 정치부 기자들은 대형 선거를 앞두고 저널리스트로서 균형감각을 잃을 경우 출입 정당이 노리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도조직 내 별도 기구를 통한 대선 후보 검증, 제보에 대한 구체적 확인 절차, 반론권의 철저한 보장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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