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편집국장 해고의 의미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결국 해고됐다. 회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11월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 문제를 다룬 기사를 실었다는 게 이유다.

이정호 국장의 해고로 이번 정권 들어 이뤄진 언론인 해고는 19번째가 됐다. 현재 해고 상태의 언론인은 18명이다. 그중에서도 언론사의 보도 총책임자인 편집국장이 해고된 것은 처음이다.

사상 초유의 신문 제작 중단 사태, 노조위원장 해고, 편집국장 대기발령 끝의 해고, 정치부·사회부장에 대한 정직 중징계 등 모두가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부산일보에서 벌어진 일이다.

부산일보 기자들은 1988년 파업을 통해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제도화했다. 이들은 정수재단 이사진의 개편과 경영과 편집의 분리를 통한 편집권 독립의 완성이 남은 과제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수재단의 사회환원 여론을 조성하고 사장 선임 제도의 개혁을 추진했다. 정수재단을 특정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 아닌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문자 그대로 공익재단화하자는 것이다. 또 재단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뽑자는 게 부산일보 기자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요구는 임명권을 가진 재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장의 한계가 확인되면서 더 확산됐다. 사장은 부산일보의 노사문제 관련 기사를 찍어내는 윤전기를 세우고 편집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추천방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한때 경영진은 사장 선출 방식에 대해 노조와 대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막고 나선 것은 바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다.

이 국장의 해고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산일보 문제가 한 개별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며 미래에 등장 가능한 권력과 연관된 사실상 첫 번째 언론인 해고라는 점에서다.

그의 해고와 부산일보 사태를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현 정권 들어 야기된 언론장악 논란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부산일보 사태의 이면에는 정수장학회가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최 이사장은 노조의 장학회 사회환원과 사추위 구성 요구 이후 “부산일보를 팔겠다”고 공언하더니 실제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보도한 ‘최필립-이진숙’ 대화록을 보면 매각 접촉에 반응하는 부산지역 기업들의 의도를 “부산일보를 ‘빽’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최 이사장의 발언도 나온다. 정치권력의 개입을 우려해 민주적인 사장선임제도를 도입하자는 구성원들의 희망을 아예 자본권력에 넘기겠다는 뜻이다.

진정한 독립정론지를 원했던 부산일보 기자들의 꿈이 풍전등화에 놓였다. 우리 기자 사회가 부산일보 사태를 단순한 노사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근거가 명확해졌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언론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했다. 다가올 5년 또한 똑같은 숙제를 풀고 있을 수는 없다. 정수장학회의 명실상부한 사회 환원과 부산일보의 독립정론화는 한국 언론계의 향후 5년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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