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공제회, 언론자유의 첫걸음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국기자협회가 최근 공개한 연구보고서 ‘언론인 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인들은 답답하고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다.

불충분한 보수와 불안정한 고용환경, 과도한 업무량과 높은 스트레스로 언론인들은 고통받고 있다. 소속 회사는 물론이고 언론인으로서 직무에 대한 만족도 역시 평균 이하 수준이다. 이직이나 전직을 원하는 언론인이 5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 이르면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언론인들은 저널리스트로서 자긍심을 잃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신문·방송 등 업종을 떠나, 국장급·평사원 등 직급을 떠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욱이 언론계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진보의 이념성 또한 언론인들의 위기감 앞에서는 무력하다.

이 같은 현실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기자협회가 그동안 여러차례 언론인공제회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제회 설립 여론은 기자협회 창립 초기부터 있었다. 1974년에는 ‘기자 복지에 대한 입법 청원’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끝내 무산된 선례가 있다. 이후에도 기자협회는 새 집행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제회 설립을 추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언론인들의 운명은 공제회가 거론됐던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백척간두에 몰려 있다. ‘빅뱅’에 가까운 미디어환경의 급변과 생존 위기에 몰린 언론사들의 과잉 경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틈새를 정치·자본권력이 파고들면서 저널리즘은 한층 타락하고 있다.

‘언론자유의 위기’는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치·자본권력의 속성 뿐만이 아니라 언론인이 처한 구체적 환경 속에서 싹트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들의 미래가 불안하면 ‘정론직필’과 ‘공정보도’ ‘국민의 알권리’ 보다는 권력의 달콤한 유혹과 타협하기 십상이다.

진정한 언론자유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의 마련이 절실하다. 언론인들에게 순교자적인 정신 무장만을 강조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은 언론인공제회의 설립으로 집약된다. 이 보고서에 담긴 여론조사에 따르면 80%가 넘는 언론인들이 언론인공제회의 설립을 찬성하고 있다. 쉽사리 의견 통일이 되지 않는 우리 언론계의 습성을 볼 때 그 절박함을 말해준다.

언론인공제회 설립이 현실화되려면 우선 언론계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소속사와 직종, 업종, 직급, 이념을 떠나 개인적 권익뿐 아니라 언론인의 공공적 책무인 저널리즘을 꽃피울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속에서 국민에게 언론 본연의 모습을 약속하고 추락하는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 차원의 관심도 시급하다. 언론인공제회는 언론인들에게 베푸는 특혜가 아닌 언론자유의 버팀목을 만드는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를 눈 앞에 둔 지금 대선후보들 역시 주목해야 할 일이다. 언론인들이 할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민주주의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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