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평(黃金坪)을 주목하라

[글로벌 리포트│중국] 손관수 KBS 상하이 특파원


   
 
  ▲ 손관수 KBS 상하이 특파원  
 
중국 단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북중 무역박람회가 시작된 지난달 12일 중년의 미국인 4명이 선양에 있는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을 찾았다. 이들은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정책 고문들이었다.

이들은 연구자들과의 미팅에서 “언제부터 시작됐느냐?” “가능성은 어떻게 보느냐?” “중국정부는 어떤 입장이냐?” 등 황금평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들은 회동 후 바로 단둥으로 넘어가 황금평 현지를 둘러봤다.

황금평은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북한 땅이지만 랴오닝성 단둥에 붙어있는 특이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단둥쪽의 폭이 좁았던 지류가 오랜 퇴적으로 거의 메워지며 육지처럼 된 탓이다. 북한 평안북도 신도군 황금평리. 11.45㎢ 크기로 한강시민공원을 포함해 4.5㎢인 여의도의 두배반 정도의 크기인 이 황금평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닷새간 단둥에서 열린 북중 무역박람회는 황금평에 대한 북중 두나라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간 황금평 공동 개발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오던 중국은 랴오닝성이 직접 박람회를 주관하고 일요일에 진행된 투자, 무역, 노무, 관광설명회 등에도 공무원들을 총 동원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투자와 노무설명회는 대부분 황금평 개발구와 관련된 것이었다.

박람회장 입구에 마련된 황금평 소개 코너에서도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금평의 개발역사, 청사진, 미래 조감도 등이 게시된 대형 전광판 앞엔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고, 준비한 소개 책자가 모자랄 정도로 많이 나가자 실무자는 명함을 주는 사람에게만 책자를 줄 수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북한이 보인 관심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번 행사에 북에서만 각 부문에서 350여 명의 일꾼에, 만경대 예술단 150명 등 모두 500명이 넘는 대부대가 단둥을 찾았다. 각종 설명회장에서도 북한은 ‘투자의 안전성을 담보할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며 투자를 호소했다.

이번 박람회는 막상 한국에선 그리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개방 가능성이 여전히 회의적인데 뭔들 제대로 되겠느냐는 ‘불신의 관성’이 작용한 결과이리라.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황금평은 이제 미국도 주시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미 하원 고문들과의 회동 소식을 전한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자는 미국의 관심을 달라진 상황변화의 한 단면으로 해석했다.

사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변화이다. 황금평에 관한 한 중국은 확실한 태도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8월 베이징에서 천더밍 상무부장과 장성택 행정부장이 나서 중앙정부 차원의 공동개발에 합의한 이후 랴오닝성과 단둥시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9월15일 현장에 공사 준비를 위한 사무동 건설이 시작됐고 투자 상담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금평에 대한 태도 변화는 ‘북한의 정권유지, 개방 유도 지원’이라는 중국의 대북한 정책의 실체적 현실로 해석된다.

지난 2002년 북한이 명운을 걸고 추진한 ‘신의주 특구’는 다름 아닌 중국의 저지로 무산됐다. 거듭된 반대를 무시하고 특구를 강행하자 중국은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을 전격 구속해 버렸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중국은 황금평에 특구를 조성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황금평 개발이 이젠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체면이 걸린 공동의 문제로 변한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황금평의 미래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다. 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의 관건인 중국 민간 투자 유치의 성과를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중간 협력 강화로 동북지역에 북한 노동자들이 넘쳐나는 상황, 거대한 교각이 올라가는 등 눈에 띄게 속도를 내고 있는 신압록강대교, 중국 훈춘과 북한 라선지역간에 도입된 노선 버스 운행, 압록강 중류인 중국 지안에서 북한 만포간을 연결하는 다리 공사 등 압록강 하류에서부터 두만강 하류에까지의 접경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중간의 움직임은 ‘미국도 주목할 정도로’ 예사롭지가 않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자의 관측처럼 “황금평 개발은 계획처럼 착착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되돌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개발이 진전된다면 정말 ‘전략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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