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검찰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13일 노종면, 조승호, 임장혁, 현덕수 등 YTN 기자 4명은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YTN노조 사찰 과정에서 불법체포되고 5년째 해직사태가 장기화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YTN 불법사찰 사건은 이미 2건의 고소가 접수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됐으나 7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수사 중’인 상태다. 민간인 사찰 수사에서도 YTN 건은 무시되다시피 해 오히려 노조가 검찰 수사 기록을 찾아내 각종 의혹을 제기 하는 등 대신 수사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를 기다리다 못해 YTN 기자들이 추가 고소를 한 것이다. 다만 YTN사태에 관련된 다른 고소 건 중 사측이 낸 것은 수사가 일사천리다.

검찰은 같은날 ‘정수장학회-MBC’ 비밀회동 건을 단독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 목록에도 없던 최 기자의 현재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이전에 쓰던 휴대전화, 취재수첩, 노트북의 일부 파일 등을 압수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수장학회 입주 건물의 CCTV 기록도 일찌감치 압수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가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을 고발한 사건은 수사가 훨씬 더디다.

MB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MBC노조와 시민단체는 김재철 사장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10여 건을 고소했으나 김 사장에 대해서는 한 차례의 경찰 조사만이 있었을 뿐이다. 반면 사측이 고소한 MBC노조 집행부는 영장실질심사를 두 차례나 치렀을 정도로 신속하게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언론사 노조나 시민단체의 고소에는 ‘느린 동작’이고, 사측이나 정부기관의 고소에는 ‘워프’다. 신속한 경우는 또 있었다. 현직검사 10명이 ‘언론자유 위축’ 우려에도 BBK 김경준 전 대표의 옥중 메모를 보도한 시사IN 주진우 기자 등에게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결국 시사IN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검사들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다. 2008년 PD수첩 쇠고기 광우병 편 사건을 수사하던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돌연 사표를 던졌다. 검찰 수뇌부의 강력한 대응 요구와 검사의 무혐의 소신이 부딪친 결과라고 알려졌다. PD수첩 수사를 지켜보며 회의를 느꼈다며 지난해 사표를 낸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도 있다. 이후 PD수첩 제작진은 모든 재판에서 승소를 거뒀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한 모든 후보들이 검찰 개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최근 내곡동 특검 수사 결과와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의 ‘대통령 일가 봐주기’ 발언 논란만 봐도 왜 검찰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지 알려주고 있다. 더욱이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고 검찰이 이토록 언론자유 침해의 책임자로 지목된 적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부디 정수장학회, YTN 사찰 수사 등을 비롯해 ‘정치검찰’의 오명을 씻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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