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지 후보를 공개하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 4일 언론의 촉각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의 해단식에 쏠렸다.
안철수 전 후보가 이날 해단식에서 밝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원에 대한 입장에 따라 대선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으며 단일후보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는 제 뜻을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이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재확인했다. 또 “지금 대선은 국민 여망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네거티브가 판을 치는 대선판에도 날을 세웠다.

이를 보도한 이튿날 신문 1면은 제목만 봐도 각 신문사들의 정치적 입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안의 문 지지, 한발짝도 더 안나갔다’(조선일보) ‘안, 끝이 아닌 시작 차차기 출정식?’(동아일보) ‘안, 문 지지보다 독자행보에 무게’(중앙일보) 등 많은 신문들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적극적 지지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안철수, 문재인 후보 성원해달라 재차 당부’(한겨레), ‘안, SNS 통해 첫 문 지원’(서울신문) 등은 지원의사를 재확인한 점에 방점을 찍었다. 경향신문은 지지의사에 대한 평가보다는 ‘안철수, 대선 거꾸로 가고 있다’며 여야 모두를 비판한 것에 주목했다.

사설에 들어가면 더 구체적이었다. 동아일보는 ‘대선 이후 염두에 둔 안철수 식 장외 출정 선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후보는 더 이상 안씨만 애타게 바라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문재인, 안철수 미완의 단일화 완성해야’라는 사설에서 “두 사람이 남은 대선 기간 협력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명시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기자협회보는 ‘언론의 대선후보 지지공개’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했다. 전국 현역기자 303명을 대상으로 했던 당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공개를 56.5%가 찬성했다. 이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을 개정하고 공개는 각 언론사 판단에 맡기자는 구체적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지지했던 후보가 낙선하면 신문사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 “편파보도가 더 노골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대놓고 밝히지 않아도 독자들은 각 신문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설과 칼럼에는 사실상 지지하는 진영에 대한 컨설팅 혹은 반대하는 진영에 대한 공격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면서 일반 기사 역시 강한 제목과 몰아가는 기사 구성으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서구 언론처럼 사설을 통해 지지후보를 공개하고 일반 기사에서는 철저히 팩트를 체크하는 객관성을 도모하는 게 낫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리버럴 성향인 뉴욕타임스와 보수 성향인 월스트리트저널을 옮겨다니는 기자들도 있다. 회사의 정치적 지지성향과 무관하게 일반기사에서는 기본을 공유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지후보 공개는 한국 신문의 과도한 정파주의를 개선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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