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이후 언론, 무엇이 달라질까

중수부 담당 역량 상설특검·공수처로 옮겨갈듯
검경수사권 조정따라 사건팀·법조팀 변화 예상


   
 
  ▲ 중수부 폐지 등 개혁 방안이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진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일그러진 청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대선 후보들의 검찰개혁안이 한층 강화됐다. 최근 들어 내분 끝의 한상대 검찰총장 퇴진, 김광준 검사 뇌물 사건, 성추문 검사 사건, 윤대해 검사 문자 파문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안에 불과하지만 한 여권 인사는 “차기 정권에서 검찰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검찰 조직에 어떻게든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언론사 사회부의 꽃인 법조팀과 경찰(사건)팀의 취재 시스템이나 관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대검 기자들은 어디로?
대선후보들의 검찰 개혁안 내용 중에는 우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중수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애초 중수부 폐지에 부정적이었으나 최종 공약에는 폐지를 못박았다. 중수부 폐지는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대안으로 박 후보는 상설특검, 문 후보는 공수처 설치를 제시하고 있다.

한 일간지 법조팀 기자는 “일단 상설특검이나 공수처가 신설되면 상당한 인력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수부가 폐지되면 사실상 중수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됐던 대검 기자들의 역할이 옮겨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설특검과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거물급이라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문 후보의 공약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법안을 보면 공수처는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청와대 고위직, 대통령 친인척 등 ‘우리 사회 1%’ 들의 비리를 수사한다. 언론 입장에서는 어떻게 수사를 해도 기사가 되는 대상들인 셈이다.

그러나 언론사 법조팀이 공수처나 상설특검 취재를 위해 기존보다 인력을 증강 배치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공수처가 제대로 될 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5000명 수준인 수사 대상을 놓고 상설 독립기관을 만든다면 초기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검사를 비롯한 수사인력 배치 등 인사 문제부터 세부적인 걸림돌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설특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기존 중수부의 기능이 지검 특수부로 일부 이관될 수도 있다는 점도 언론 취재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기자, 학구파가 될 것인가
두 후보 모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검찰 권력의 기반인 기소권·수사권 독점체제가 끝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그 구체적인 범위는 아직 모호하다.

박 후보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분명한 목표”라는 입장이다. 어떻게 분리하겠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밝힌 것이 없다. 문 후보 역시 ‘경찰-수사권, 검찰-기소권’이라는 대전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경찰 수사권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생범죄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부터 넘기기 시작하겠다는 말이지만 역시 구체적인 윤곽은 대선 결과에 따라 이후에나 잡힐 전망이다. 또 일부에서는 미국의 FBI(연방수사국)같은 전담 수사기관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11 총선 공약으로 검경이 참여하는 ‘국가수사국’ 설치를 내놓은 바 있다.

결국 검경이 수사권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언론의 역할도 좌우될 전망이다.
현실화 가능성이 적지만 검찰이 기소권만 갖게 되면 “법조팀 기자들은 학구파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이 수사 대신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면 법조 기자들도 법률적·정책적 소양을 강화해 공판 중심의 취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공판 중심 보도 관행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일부 대형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유지할 것으로 보여 법조 기자들에게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거라는 의견도 많다.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입장은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뿐이었다. 또 수사-기소권의 100% 완벽한 분리는 국내 형사소송법의 골간 자체를 바꾸는 ‘대규모 공사’라서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반대로 경찰의 수사권이 커질수록 사건팀 기자들은 더 바빠질 수 있다. 기자 양성 코스의 일환으로 인식돼 주니어 기자들 중심인 사건팀에 베테랑 기자들이 보강되는 등 변화도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 수사권이 확대되면 “수사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는 곧 사건기자들의 경쟁 강화를 의미한다.

검찰은 평소에는 언론에 수사내용을 철저히 보안에 부쳐 잠가놓고 있다가 자기 필요에 따라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이에 비해 경찰은 아직은 보안의식이나 시스템상 검찰보다 경험이 적어 수사 과정이 더 적나라하게 보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기자들이 할 일도 더 많아지고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찰도 이에 맞춰 보안 강화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어 언론과 경찰의 ‘물고 물리는’ 마찰이 심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 언론플레이 방지책은?
검찰개혁이 이뤄져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플레이 논란은 계속될 거라는 예상 또한 지배적이다.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는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법이고 거대권력 비판과 공정수사 감시를 위해서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피의사실에 대한 보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최근의 예로 지난 5월 벌어진 ‘노건평 뭉칫돈’ 보도와 같은 오보 사태를 어떻게 방지할 지는 언론계에 남겨진 과제다. 당시 주요 언론들은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의 “노건평씨 자금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 계좌에서 수백억원대 뭉칫돈이 발견됐는데 노씨 일가와 관련된 계좌”라는 발언을 일제히 보도했지만 검찰은 사흘 뒤 “이 돈은 건평씨와 관련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언론들이 자의반 타의반 이용된 것이다.

김준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은 “언론의 보도 관행은 검찰 개혁방안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핵심은 언론이 수사기관과 유착하거나 수사기관이 언론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어떻게 방지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나 기소단계에서의 보도 경향이 지속되는 한 검찰개혁이 이뤄지더라도 언론의 취재 관행은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수사기관이 수사 정보를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공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언론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치해 수사과정에서 사실 공표가 적법했는지 사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수사권을 가진 기관의 정치적 독립과 조직 민주주의가 언론보도의 변화에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가 내세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제 폐지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외부 인사 몫 확대는 1988년 이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15명 중 임기를 채운 총장이 6명뿐인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이다. 이번 정권 들어 ‘정치검찰’의 폐해를 드러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PD수첩, 정연주 KBS 사장 사건과 같이 정파적 목적에 따른 무리한 수사가 계속되면 언론보도 역시 제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검찰처럼 피라미드형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에 기수문화가 뿌리 깊은 전근대적 문화에서는 권력지향적인 일부 수사기관 책임자들이 언론을 언제든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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