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만 480명 대기획…고비용 결혼문화에 경종
'결혼시리즈' 기획, 관훈언론상 수상한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2.12.12 14: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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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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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자식이 하는 것 같지만 부모가 한다.”
한국사회의 부모들은 자식의 결혼을 마냥 축복할 수만 없다. 젊은이 한 쌍이 신혼집을 얻고, 살림살이를 채워 넣고, 결혼식을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양가 합쳐 2억808만원. 부모 세대가 지금처럼 자녀 결혼비용을 지원할 경우 장차 한국 50~60대 가구 중에서 최소 12만~최대 110만 가구가 추가로 은퇴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조선일보가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9개월간 총 6부 70여 회에 걸쳐 문제를 파헤친 연중기획 ‘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가 내놓은 결과다. 관훈클럽은 제30회 관훈언론상에 조선일보의 ‘결혼 시리즈’에 상을 줬다. 보도를 총괄한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는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맞물려 우리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올해 시기가 잘 맞아 들어갔다”며 “후배들과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기획이었다”고 겸손해 했다.
처음부터 장기기획은 아니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결혼의 허례허식 문제제기는 꾸준히 돼 왔다. 초기에 ‘결혼식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새삼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몇 회분의 연재가 이어지면서 독자들의 반응은 서서히 뜨거워졌다. 인터넷 조회수가 200만건이 넘는 기사들도 쏟아졌다. 독자센터에는 격려와 문의전화, 이메일이 빗발쳤다. 9개월 동안 심층인터뷰를 한 인원만 480명. 9명의 민완기자들이 3~4명씩 번갈아가며 투입됐다. 힘들어 하는 후배 기자들에게 김 기자는 “일단 간 다음 불평하자”며 독려했다.
“한국 결혼문화가 왜곡된 것은 젊은이들이 자기 힘으로 신혼집을 얻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왜 젊은이들이 썩어 빠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처럼 젊은이만 탓하나?”(20~30대 독자)
“현실이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나쁜 사례를 자꾸 듣다 보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보통 사람들이 읽고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모범사례를 소개해달라.”(40~60대 독자)
김 기자는 “고비용 예단과 신혼집 문제를 집중 조명한 ‘결혼 시리즈’가 보도된 후 신혼부부의 집 문제와 과도한 예단 등이 혼례문화를 혼탁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단순한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예단, 집값, 결혼식 거품으로 이어지는 고비용 결혼문화의 구조적 요인을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퇴직연금연구소, 결혼정보회사, 여론조사기관이 협력했고 경제학자, 부동산학자, 연금 운용자, 이혼 전문 변호사 등 다양한 전공과 이력, 시각을 가진 전문가 30여 명으로 자문단을 가동했다. 여론조사도 3회 실시했다.
“개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하드웨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소프트웨어)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여성가족부 및 생활개혁실천협의회와 협력해 ‘100쌍 캠페인’(상반기)과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하반기)을 함께 병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에게 공공기관을 예식공간으로 제공했고 현직 장·차관 전원, 청와대 수석 전원, 광역단체장 전원에게 “내 자식부터 작은 결혼식을 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자녀들은 취업은 늦고 집값은 높죠. 부모가 노후자금을 헐어 자식의 집을 해주면 시댁부모는 친정부모에게 가방 하나 받아야겠다는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악착같이 청첩장 돌리고, 고비용의 예식비용까지 물면 정작 예식업체만 돈을 버는 구조예요. 한 50대 어머니가 인터뷰 도중 ‘로또를 바란 것도 아닌데 아파트 하나가 힘들다’며 창밖을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