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시청자는 SBS를 선택했다

대선 개표방송 시청률은 KBS·여론은 SBS…MBC 3위 굳히기?


   
 
  ▲ 올림픽 종목 펜싱을 패러디한 SBS의 개표방송 애니메이션.  
 
이번 18대 대선 개표방송에서도 지상파 방송 3사는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진검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여론은 공평하지 않았다. 시청률 면에서는 KBS가 1위를 수성하는데 성공했지만 국내외 다수 언론과 네티즌 여론은 SBS의 손을 들어줬다. MBC의 뚜렷한 하락세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개표방송 최고 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SBS였다. 지난 4·11총선 개표방송에서 호평을 받았던 SBS는 전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개표방송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19일 오전 9시부터 선거방송을 시작, 시청자들의 투표 인증샷을 실시간으로 소개하며 투표를 독려해 ‘개념방송’이란 칭호를 얻었고, 개표가 시작된 뒤에는 영화 ‘친구’, ‘정글의 법칙’, 펜싱 게임 등을 패러디한 애니메이션과 CG로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단순히 볼거리 차원을 넘어 ‘스토리’를 가미한 점이 돋보였다. 전국 시·군·구별 역대 표심과 해당 지역의 유권자 구성비, 투표 성향 등을 비교 분석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참신한 기획과 콘텐츠의 승리였다.

시청자들은 높은 시청률과 실시간 댓글로 화답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9일 대선 개표방송에서 SBS는 전국 평균 시청률 8.9%를 기록하며 KBS(15.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20~40대 시청률에선 SBS가 4.1%(수도권 기준)로 KBS(2.9%), MBC(2.0%)를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다. SNS도 뜨겁게 달궜다. 네티즌들은 “SBS가 이날만 준비한 것 같다”며 환호를 보냈다.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이 19~2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약 70%가 SBS가 개표방송을 제일 잘 했다고 답했다. SBS는 “20~40대 젊은 층의 관심이 SBS로 이동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의미 있는 변화”라며 한껏 들뜬 분위기다.

외신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한국 대선의 또 다른 승자는 SBS”라고 극찬했고, 로이터통신도 19일 “한국의 선거방송은 그래픽과 영상에 의해 구동된다”며 SBS의 개표방송을 주목했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의 마크 매키넌 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SBS 개표방송을 캡처한 화면을 올리며 “한국의 선거방송을 보고 나니 앞으로 다시는 CNN을 보지 못하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SBS 선거방송기획팀 권태훈 차장은 “과거 선거방송 시청률 그래프를 꼼꼼히 분석해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를 분석하고, 역대 선거정보를 일일이 찾아내 뉴스거리를 만들고, 감동 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찬바람 맞아가며 현장을 뛰어다닌 후배들의 숨은 노력이 차별화된 방송을 만들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KBS는 한발 앞선 당선자 예측 보도가 빛을 발했다. KBS는 자체 당선자 예측 시스템 ‘디시전K’에 따라 전국 개표율 23%였던 저녁 8시41분 가장 먼저 박근혜 후보의 ‘당선 유력’ 소식을 전했다. SBS보다 약 10분 정도 앞선 것이다. KBS는 이어 저녁 9시2분 ‘당선 확실’을 내보내며 개표방송을 주도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그래픽과 안정적인 진행도 돋보였다.

MBC 개표방송은 시청률이 SBS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4·11총선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혀가는 형국이다. 매직월, 매직 터치, 매직 데이터룸을 활용한 입체적인 분석 영상,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쌍방향 소통, 키워드로 본 후보자 분석 등이 눈길을 끌었으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과거 선거방송에서 간판 앵커로 활약했던 최일구, 왕종명, 김수진 기자 등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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