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켓은 불륜, 일본 로켓은 로맨스?

[글로벌 리포트│일본] 이홍천 게이오대학 교수


   
 
  ▲ 이홍천 게이오대학 교수  
 
왜 일본 언론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을 ‘사실상 미사일’이라고 고집스럽게 표현하는 것일까. 일본 언론들은 지난 12일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 로켓을 ‘사실상 미사일’, ‘사실상 탄도 미사일’이라는 제목으로 표현을 통일했다. 전세계 언론들이 로켓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유독 일본 언론에서만은 로켓이라는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이니치신문은 같은 날 석간에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보도하는 한편 13일자 사설에서는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며 인공위성 기술은 기본적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과 동등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12일자 석간신문에서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하면서 “북조선 미사일 발사”라며 이번 발사가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이라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13일자 1면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제조)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며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불안감을 키웠다. 산케이는 같은 날 보도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는 사실을 미국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로켓이나 핵탄도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은 대기권 밖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를 차용하고 있다. 양자는 발사체의 앞부분에 탄도를 탑재하느냐 인공위성을 탑재하느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편의상 전자를 미사일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로켓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의 시점에서 본다면 미국과 유럽의 상업로켓이나 일본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HA2A로켓도 미사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 이란의 입장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로켓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을 평화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언제든지 자국을 공격할 전략무기로 유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미사일’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로켓 개발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HA2A 로켓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시킨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AXA는 고체원료를 이용한 로켓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고체원료를 이용한 로켓은 원료 주입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즉 고체원료를 이용한 로켓 기술은 상비형태의 탄도 미사일을 제조하기 위한 핵심기술 중 하나이다. 군사적인 야심이 없다는 일본이 고체원료 로켓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의심은 로켓 개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핵원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의심을 받고 있다. 일본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이용해서 핵무기를 만들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IAEA가 플루토늄을 포함한 핵 폐기물에 대해서 봉인처리를 하고 있지만, 일본은 고속증식로에 사용한다는 구실로 이를 쌓아두고 있다. 플루토늄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원료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자랑하는 고속증식로 몬주는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잦은 고장과 사고로 빈축을 사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일본의 집단적 아전인수는 북한이 로켓 한발 발사함으로써 동북아시아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일본은 어떠한가.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헌법조항은 해석개헌이라는 기발한 논리로 사실상 무력화되어 버렸다. 일본은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사실상 군사대국이다. 또한 비핵화 3원칙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출하는 것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인식은 국제사회와의 상식에서 벗어나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의 괴리가 동북아 지역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사실상의 위험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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