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일방통행'에 기자들 실소만
철통보안에 브리핑도 '낭독' 수준…'뻗치기' 일상화
양성희 기자 yang@journalist.or.kr | 입력
2013.01.09 13: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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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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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왜 이 ‘닭장’으로 출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2층 기자실에 갇혀 가끔 던져주는 먹이(공식 브리핑)만 받아먹어야 한다면 기자들은 원래 출입처로 돌아가고 인수위엔 각 회사 별로 속기사를 한 명씩 두는 게 낫겠다.”(인수위 파견 기자)
‘철통 보안’을 강조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폐쇄적 언론관이 연일 도마에 오르면서 기자들 사이에선 비판을 넘어 실소가 새어나오고 있다. 언론사가 띤 색채에 상관없이 ‘일방통행 인수위’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와 취재일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인수위 측은 업무 보안을 강조하고 인수위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언론의 개별 접촉을 피하고 있다. 언론 접촉 창구를 대변인으로 단일화한 것도 모자라 대변인마저도 공식 브리핑에서 전달하는 말 외에는 아끼고 있다. 인수위원들뿐만 아니라 대변인과의 전화연결도 닿지 않아 취재의 길이 막힌 기자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취재가 가능한 건 공식 브리핑 때가 유일하다. 하지만 브리핑이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단순 전달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브리핑이 아닌 낭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이 주로 있는 공간은 2층 기자실이다. 인수위원들이 일하는 건물은 진입 자체가 불가하다. 기자실에서 브리핑에만 기대야 하는 기자들 사이에선 “닭장에 갇혔다”는 실소가 흘러나오게 됐다.
이렇다보니 추가 취재를 위해 기자들은 ‘뻗치기’가 생활이 됐다. 인수위원들이 사무실로 출입하는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노리고 기다리지만 보안 유지를 주문받은 인수위원들에게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는 어렵다. 인수위원들은 사무실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피하려다 웃지 못 할 일도 겪었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방불케 하는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구두 한 짝이 벗겨진 인수위원도 있었다. 한 인수위원은 기자들을 따돌리려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액셀을 밟는 해프닝을 겪었다.
취재진을 난감하게 하는 인수위의 폐쇄적 언론관은 지난 6일 윤창중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윤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인수위 워크숍을 브리핑해달라는 기자들의 말에 “기삿거리는 없다. 기조발제도 공개할 만한 영양가가 없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판단은 언론이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윤 대변인은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한다”고 반문해 비난을 샀다.
한 인수위 출입기자는 “윤 대변인이 기자 출신임을 내세우며 ‘언론이 특종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결국은 오보로 끝난다’는 등의 훈수를 두는 것에서도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시하는 인수위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다”면서 “특정 언론에 정보를 몰아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그릇된 건 아니지만 일방통행 의지가 지나쳐 언론의 기능이 짓밟힌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