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자 대신 최시중이 돌아오다니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진정 돌아와야 할 해직언론인들은 아직도 풍찬노숙하고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돌아왔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강행한 설 특별사면에 포함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범죄 행위가 이것뿐일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드물다.

KBS, MBC, YTN 등 MB정권의 ‘방송장악’에 그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2009년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후임 사장을 논의했던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는 빙산의 일각이다. YTN노조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일 때 방통위는 재허가권으로 압박했다. “MBC가 정명을 찾아야 한다”며 엄기영 사장 퇴진을 부추기고 MBC 역사상 최악의 상황을 만든 김재철 사장의 입성에 한몫한 사람도 그였다.

언론사 및 민간인 사찰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 그가 김충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장과 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또 심복이었던 정용욱 정책보좌관도 김 팀장과 통화한 내역이 드러났다. 더 나아가 최 전 위원장이 김 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것까지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더불어 사찰의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 중이다.

방송 장악과 더불어 그의 대표적 ‘업적’인 종편 무더기 허가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심지어 종편 당사자들조차도 4개씩이나 허가해 준 데 볼멘소리를 낼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및 보도채널 승인 과정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옛 주군의 사면에 맞춰 시간을 끌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또한 파이시티 자금이 알선 대가가 아니라 대선자금이었다는 그의 주장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구치소에 수감된 뒤 잊을 만하면 대선자금을 언급하면서 ‘8·15에 나갈 것이다’고 호언해 ‘방통대군’의 위세를 자랑하기도 했다. 각종 이권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그의 ‘양아들’ 정용욱 전 보좌관은 입을 다문 채 해외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렇듯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는 최 전 위원장이다. 만약 검찰이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을 이 잡듯이 뒤진 것처럼 달려들었다면 그는 2년 반이 아니라 여생을 창살 속에서 보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고령에 국가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를 대며 자신의 멘토에게 의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박근혜 당선인까지 무시하며 최 전 위원장을 특별사면시킨 것은 지난 5년간 우리 언론계가 겪었던 대혼란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자신에게 충성한 언론계 인물들의 자리를 지켜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공영방송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군사정권 이후 최대의 해직언론인을 양산했던 그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사면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우리 언론인들이 MB의 언론장악에 시효없이 책임을 물어야 할 명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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