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익신문 기자의 엇갈린 행보

[글로벌 리포트│일본] 이홍천 게이오대학 교수


   
 
  ▲ 이홍천 게이오대학 교수  
 
최근 산케이신문 출신 기자 2명의 전직이 일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명은 오보 감시 사이트를 개설해서 언론보도를 감시하는 ‘워치독(watch dog)’의 역할을 자처했고 나머지 한명은 도쿄도 지사의 특별비서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기자의 전직이 화제의 대상이 되지도 못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기자의 이직을 곱게만은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한다. 물론 기자라고 해서 직업을 바꾸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보수지 출신의 상반된 행보는 주목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보도의 정확성과 신뢰성 향상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일본 보도검증기구를 2012년 3월에 설립한 야나이 히토후미가 산케이신문에 재직한 기간은 2002년부터 2년간이다. 2008년부터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지 3년만에 미디어의 오보를 수집 검증하는 웹사이트 ‘Gohoo’를 개설, 오보 리포트, 주의보(報)등을 제안형 뉴스사이트 ‘BLOGOS’에 게재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밖에도 @Watchdog_Japan이란 트위터 아이디를 통해서 오보속보도 제공하고 있다. 2012년 8월에는 사회기업대학 소셜 비지니스 대회에 출전, 사업계획이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Gohoo’는 오보를 뜻하는 ‘Goho’와 야후의 뒷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 오보에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사를 포함한 정직원 5명과 감사 1명으로 운영하고 있고, 다수의 비상근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을 서포트하고 있다.

‘Gohoo’는 오보에 대해서 보도된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의 사실관계가 잘못되어 독자가 현실을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보도로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3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보도의 표현으로 인한 사실인식과 객관적인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기자의 평가와 해석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해당 표현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경우, 본문의 사실관계에 문제가 없어도 제목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을 경우. 이런 기준으로 ‘Gohoo’는 1월에만도 10건의 기사가 오보가 의심된다는 주의보를 내렸다. 지지통신, 도쿄신문, 요미우리, 아사히, 산케이, 마이니치가 각각 1건씩, 닛케이, 홋카이도신문이 각각 2건씩이었다. 현재는 전국지와 3대 블록지, 2대 통신사와 NHK를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근의 오보로 지적된 것은 NHK가 2012년 10월 16일 보도한 ‘오키나와 미 해병 성폭력, 1972년 이후 7건’이다. NHK가 제시한 7건은 오키나와현이 제시한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1989년부터 2011년까지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미군의 성폭력 사건은 29건으로 1972년부터 계산한다면 127건에 달한다.

이에 반해서 우익신문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산케이신문 출신 이시모토 유세이는 우익인사로 알려진 이시히라 신타로가 첫 당선된 1999년부터 2012년까지 13년간 도쿄도청을 출입했다. 2011년에는 이시히라의 대담기사를, 2012년에는 센가쿠 구입 폭탄 발언을 대대적으로 다루는 등 대표적인 이시하라 장학생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민주당으로부터 일본을 지키자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우익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익지 출신 2명의 정반대의 행보는 일본사회와 언론의 변화를 투영하는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보도내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첫 등장은 인터넷 등장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던 일본 언론의 신뢰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전조를 보여준다. 오보감시 활동은 수용자의 입장이 결여된 언론사의 쌍방향성이 미디어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보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Gohoo’의 등장은 미디어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한 주체로 시민단체가 등장했다는 점을 예고한다.

한편 이시모토의 기용은 우경화의 질적 변화를 보여준다. 실명으로 우익적인 주장을 펼치는 기자의 도쿄도정 참여는 정치계에 우경화 논리가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얄궂게도 경영논리를 앞세운 진보 언론사들의 인터넷 기사 유료화가 우익적 보도의 유통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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